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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회원구 소재 국립3.15묘지에 있는 김주열 열사 묘소.
 창원 마산회원구 소재 국립3.15묘지에 있는 김주열 열사 묘소.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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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우리들의 곁에서 우리들의 가슴 속에서
늘 살아 그날의 그 아들이 나침판 되어
시시때때로 시방 물어 오고 있지 않는가
- 최정규 '여보게' 중
우리는 오늘 그대 곁으로 간다
너무도 싱싱하고 화창한 이른 봄날
일찍이 열사의 반열에 당당하게 올라 있는
- 이선관 '우리는 오늘 그대 곁으로 간다' 중
달려가 겨울을 이기고 봄 문안 나오는
마산의 풀꽃이여 돌멩이들과 함께
뜨거운 어깨를 맞대고 박수를 치며
겨우내 묻어 놓았던 더운 해방의 노래를
힘차게 힘차게 부르고 싶어요 어머니
- 정일근 '김주열' 중
 
김주열(1943~1960) 열사를 노래한 시들이다.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이사장 백남해)가 펴낸 김주열 시 모음집 <다시, 김주열>(불휘미디어 간)에 실려 있다.

남원 출신인 김주열 열사는 옛 마산상고(현 용마고) 입학생으로, 1960년 3․15의거에 가담했다가 행방불명됐다. 3․15의거는 마산시민들이 이승만 자유당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난 것이다.

학생 김주열은 행방불명된지 27일만인 그해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서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끔찍한 모습으로 떠올랐다. 이에 마산시민들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해 봉기했고, 이를 '4․11민주항쟁'이라 부른다.

그해 4월 11일부터 13일 사이 마산에서 일어난 항쟁의 불길이 전국으로 번졌고, 마침내 4․19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게 된 것이다.

3․15의거에 이어 4․11민주항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기록을 남겼을지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당시부터 많은 시인들이 김주열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시를 남겼다. 지난 60년 동안 간간히 여러 시인들이 김주열을 역사에서 '소환'해 그 이름을 시민들에게 환기시켜줬던 것이다.

이 시집에는 54명의 시인이 쓴 66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름난 시인의 작품도 있고, 학생들이 쓴 시도 있으며,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원들이 쓴 시도 있다.

이영도 시조시인은 1960년 4월 19일 <국제신보>에 실린 '고 김주열군 영전에'라는 시를 통해 "행악이 사직을 흔들어도 말없이 견뎌온 백성/가슴가슴 터지는 분노 천둥하는 우뢰인데/돌아갈 하늘도 없는가 파도 푸른 목숨이여"라고 추모했다.

윤권태(당시 마산고 3년) 학생은 1960년 4월 17일 <한국일보>에 실린 시에서 "… 하늘의 붉은 저녁 노을은/거둔 군의 목숨을 앞에 하고/얼마나 연연히 타고 있었던가?"라고 했으며, 김순현 학생은 1960년 7월에 나온 <학생혁명시집>에서 "탱크보다도/총탄보다도/역시 더 두껍고 강인한 건/그 갸냘픈 양같은 인간들의 함성이였다 …"라고 했다.
 
다시 당신을 만났으니, 이제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은 것처럼
간절해질 수 있다
- 김륭 '언제나 언젠가-다시 김주열'
 
이 시집에는 정공채, 유치환, 박희진, 이제하, 김춘랑, 설창수, 성권영, 임신행, 이광석, 최명학, 김미정, 고영조, 김석규, 이덕, 박명세, 이우걸, 성선경, 이동재, 복효근, 정진업, 우무석, 전의홍, 박태일, 유안진 등 시인의 시가 실려 있다.

"기억을 기록해야 역사... 김주열 정신 이어지길"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펴낸 시 모음집 <다시, 김주열>.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펴낸 시 모음집 <다시, 김주열>.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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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북한 시인들이 쓴 김주열 시도 실려 있다. 리맥 '어머니들이여 싸우러 나아 갑시다'(<조선문학> 1960년 6월호), 석광희 '김주렬', 리정술 '내 고향 마산의 벗들에게'(<문학신문> 1962년 4월), 리호일 '피는 보일지언정 눈물은 보이지 않으리라'(<조선문학> 1965년 6월)이다.

마산 출신으로 보이는 리정술은 "내 고향 마산의 벗들이여/이 땅엔 겨울 가고 다시/두 해째 봄이 왔다/억울히 죽은 김주렬 소년의 넋을 안고/또 다시 두 해째 봄이 찾아왔다 …"라고 썼다.

김륭 시인은 '다시 김주열, 마산의 봄은 바다 가운데서 떠오르네'라는 제목의 해설에서 "김주열. 그는 언제나, 어디서든 우리에게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이름으로 온다. 모종의 죄의식으로 먼저 온다"며 "그것은 그의 주검과 함께 이름을 담아낸 시편들이 동시대에 일어난 아픔과 불행에 대한 열렬하고도 뼈아픈 추도사이기 때문일까"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우리는 여전히 두렵다. 김주열이란 이름으로 대변되는 한 시대를 소환한 다음 우리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아직 거기다라고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며 "우리는 '그때 어디서, 무엇을 하였느냐'라고 추궁할 때, 이 물음을 피해가거나 등질 수 있는 길이 나 그리고 당신 또한 없는 까닭이다"고 했다.

<다시, 김주열>에 실린 시를 뜯어 본 김륭 시인은 "3․15의거 60주년을 맞아 뜻깊게 펴낸 한 권의 시집만으로도 우리는 왜 우리에게 시가 필요한지, 아프지만 아름답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 쓰는 말인지를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게 된다"며 "그리고 마산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땅인지를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백남해 이사장은 발간사에서 "기억은 기록될 때 역사가 됩니다. 이 시집은 책이 아니라 역사를 기록하여 전달하는 돌입니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한 사람에게서 다음 사람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돌입니다"며 "기억하는 한 잊히지 않고 기록하는 한 전해집니다. 김주열! 그 이름과 정신이 이 시집으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고 강조했다.

태그:#김주열 열사, #4.11민주항쟁, #3.15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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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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