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시민단체 '열린사회 희망연대'(이하 희망연대)가 창립 20주년을 맞고 최근 기념식을 개최했다. 희망연대의 20년은 친일·독재 역사 청산에 오롯이 매진해 온 길이었다. 한 단체가 20년을 꿋꿋이 이어온 저력도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지역의 시민단체로서 희망연대는 뚜렷한 족적을 아로새겼다.

희망연대는 1999년 창립하자마자 친일·친독재 경력의 인사를 공적으로 기리는 작업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옛 마산시가 이은상(친독재)과 조두남(친일) 이름을 딴 기념관과 음악관을 각각 건립하려고 하자 이들의 행적을 부각하며 끝내 가로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홍역도 치렀다. 특히 조두남과 관련해서는 김영만 당시 의장을 비롯하여 여러 명이 구속·수감되는 고초까지 겪었다. 조두남의 경우 중국 현지 조사를 통해 그의 대표작 '선구자'가 독립군과는 무관하며, 표절 노래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최근에는 옛 마산 출신의 항일운동가 김명시 장군이 독립 유공자 인정을 받도록 힘쓰고 있다.

희망연대가 한 일은 지나간 역사와 싸운 것만이 아니었다. 친일파 같은 경우 오래전에 죽었지만 그들의 후예가 지역 토호 세력으로 버티고 있거나, 공적으로 친일파를 기리는 세력이 있음을 알림으로써 친일 청산이 미완의 과제라는 것을 깨우쳤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후원회비만으로 운영하면서도 20년 역사를 일궈온 데는 이러한 탁월함이 뒷받침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김영만 의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동력이 현저히 쇠퇴하여 새로운 의제 발굴 역량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단체 역량이 한두 사람의 추진력에 의존해 왔다면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친일·친독재 청산을 케케묵은 옛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이겨내는 것 또한 과제가 될 수 있다. 통합창원시 이후에도 여전히 옛 마산에 집중하는 것 또한 저변 확대를 위해 재고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희망연대의 20년은 친일·친독재 역사 청산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러주거니와, 지역에 뿌리박은 친일·친독재 극복은 시민단체만의 과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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