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마산시민의 사랑을 받는 팔용산 등산로 입구이다. 며칠 전 이 자리에 세운이의 이름도 모를 "일본인 공적비"가 느닷없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과 불쾌함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이 수상한 빗돌을 보고 분노를 느낀 것은 단순히 민족적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 오욕의 역사도 역사다. 당연히 일제 강점기의 역사도 우리역사의 일부이다. 예컨대, 옛 일본헌병분견대와 같은 곳은 단순히 역사표지석을 세우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우리 선대들이 나라를 잃고 당한 고난과 수난의 역사를 후대들이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는 역사자료관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봉암수원지 입구에 세우진 빗돌의 내용은 보시다시피 마치 지난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망언을 일삼는 일본의 우익들이 바라마지 않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 봉암수원지에는 이른바 '마산 역사표지석'이라는 것을 세울 필요가 없는 곳이다. 왜냐하면 수원지는 지금 현재 용수로서 사용만 하고 있지 않을 뿐,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제방 벽 위에 "봉암수원지 연혁”이라는 비문이 또렷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문제의 빗돌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상세하며 그리고 역사적 사실만을 기록하고 있다.
일제에서 해방된 지 6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아직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친일청산을 해보지도 못한 대한민국에서 일제가 식민지 통치를 하다 남기고 간 일제의 잔재유형물이나 그 흔적에 대해 “마산이 근대도시로 형성되는 과정” 운운하는 역사적 가치 평가는 시민들의 정서적 거부감은 말할 것도 없고 후대들의 역사인식에 큰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한국의 근대화, 즉 마산이 근대도시로 형성되어 가는 과정은 일제의 식민지 치하에서 진행된 것으로‘근대’라는 한 측면만 강조하게 되면 이야말로 일제의 망령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뒤늦게 안 일이지만 마산시가 경남대학교 박물관에 마산 역사표지석 설치에 대한 학술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역사에 관한 한 최고의 지식과 자부심을 가진 학자들이 역사표지석의 대상을 선정하고 평가했을 것이다. 그 정도의 학식과 전문성을 갖추신 분들이라면 일제 강점기 지방의 식민지를 행정적으로 총괄했던 마산부청(현 마산시청)과 마산경무청(현 마산중부경찰서), 일본신사(현재 00여고) 등등 숱하게 많은 일제 유형물과 흔적에 대한 역사표지석은 왜 세우지 않았는가? 그 또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용역비와 역사표지석 비용 모두가 마산시민이 낸 혈세이다. 그리고 지금 세우는 역사표지석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역사물로 남을 것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역사적 사업이기에 지금이라도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아야 한다.
마산 역사의 주인은 바로 마산시민들이다. 따라서 마산시민의 참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몇몇 관련학자들의 견해와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긴 것부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뿐 아니다. 우리의 근현대사가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지금도 우리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역사표지석을 세우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역사바로세우기이다. 마산시는 앞으로 계속 진행될 역사표지석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재검토 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