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모든 것이 잘못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13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주권 조기 이양 방침을 공식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시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은 최근 예상을 뛰어 넘는 이라크 무장세력들의 조직적인 대규모 저항으로 사실상 이라크 전역이 전쟁 상황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데다, 며칠 전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다국적군으로 참전하고 있는 이탈리아군이 차량폭탄 테러에 의해 엄청난 참사를 당한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피해 당사국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파병국들은 국민들로부터 군대철수 요구에 시달리게 되었고 일본 등 파병을 약속한 나라들의 태도 변화로 미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내년 선거를 앞둔 부시로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조치로서 이는 사필귀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한국군 추가 파병문제를 두고 부대의 성격과 규모, 지역을 두고 정부부처는 부처대로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논쟁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라크 문제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급격한 대 전환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주역인 미국이 이라크 주권 조기 이양을 공식화하고 이에 따른 조기철군이 예상되는 마당에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논할 필요가 있는가? 물론 미 국방부를 비롯한 행정부내 강경파 일부가 조기 철군에 대한 강한 부정을 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 2의 전쟁으로 치닫는 이라크 상황과 냉정한 국제 사회의 반응이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 변화라는 대세를 바꿀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굳이 파병문제가 아니라도 정치, 경제, 노동문제 등 사회불안 요소를 많이 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은 하루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벅차고 불안한 국민들에게 더 이상 파병문제로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처음부터 잘못된 추가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서희·제마부대의 조기 철수를 추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