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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설문지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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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033회 작성일 07-02-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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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설문지엔 정답이 없다"
글쓴이:부산일보2007-02-16 10:49:40
[데스크칼럼] "설문지엔 정답이 없다"
/이준영 사회2부장

여론 파악을 위한 설문 조사엔 원칙이 있다. 그 내용들은 알고 보면 상식수준이다. 조사방법론 개론 정도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원칙들이 무시되기 일쑤다. 고의이거나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설문 조사들은 왜곡된 여론을 생산한다. 이는 또 자료생산으로 끝나지 않고 엉뚱한 행위를 낳게 돼 피해로 이어지고 만다.

정보화 시대에도 이런 잘못된 설문조사들이 많아 참으로 안타깝다. 다름 아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설문조사이다.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조사를 말한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이런 설문조사가 너무나 편할 게다. 배너만 하나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 척척 답을 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일반화 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표본의 대표성이 고려되지 않은 까닭이다. 답하고 싶은 사람만 참가하니 무작위성이 보이질 않는다. 모집단과의 동질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늘 조심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를 왜곡하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꼭 하고 싶으면 '그냥 재미로 합니다'라는 전제를 달 일이다.

마찬가지로 설문조사 문항작성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가장 먼저 '조사대상에 맞는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학력이나 연령,소득층에 맞춰 알맞은 단어 수준을 선택해야 한다. 조사 대상자들의 이질성이 높을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의 생각만 알 수밖에 없다.

또 될 수 있는 한 긴 질문을 피해야 한다. 장문의 질문은 조사 의도를 되레 잘못 전할 확률이 높다. 설문조사 대상자들을 피곤케도 한다. 이는 참여율 저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누가 독해를 해가며 설문조사에 응하겠는가. 따라서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는 단순 명료한 문장으로 설문조사 문항을 만들어야 한다.

애매한 질문을 피해야 하는 것도 상식 중 상식이다. '편파성을 갖거나 유도하는 질문을 피해야 한다'는 원칙도 설문 조사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맘에 지녀야 할 문구다. 이를 어기면 그 설문 조사는 어떤 목적에 악용되는 행위일 뿐이다.

이밖에 '모든 응답자에게 가급적 의미가 있는 갖는 용어를 선택해야 한다''정보를 직접 조사대상자로부터 구할 수 있는 문항을 만들어야 한다'와 같은 문항 작성 원칙들이 있다.

이와 같은 문항작성 원칙을 머리에 넣은 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해공원' 명칭 관련 설문조사를 떠올려보자.

경남 합천군은 지난해 12월 기존 '새천년 생명의 숲'공원 이름을 대체할 명칭을 정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후보명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인 '일해'와 '군민''죽죽''황강' 네 가지였다. 합천군은 이미 알려진대로 '일해' 선택을 유도하는 문항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다른 문항과 달리 '일해'에 대해 장황하게 장점을 늘어놓은 뒤 단점은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방법이었다. 문항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피해야 일을 어긴 것이다. 또 다른 문항은 문제점을 명확히 한 데 비해 '일해'에 대해선 애매모호하게 표현했다. '생존 인물로서 역사적 가치성 부여에 애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불명확한 문항작성으로 원칙을 또 한번 어긴 셈이 됐다.

질문은 간단 명료해야 한다는 원칙도 온데간데없다. 문항 길이가 200자 원고지 분량으로 1매가 넘는 것도 있다. 특히 '일해'는 다른 문항보다 길다. 이는 설문조사자가 어떤 답을 바라는지를 알려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합천군은 설문 문항 작성의 원칙을 절반이나 어겼다. 이런데도 아직도 일해공원 명칭을 고집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그냥 재미로 했었다"고 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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