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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재산이 소중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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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980회 작성일 04-12-2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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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재산이 소중합니까?
글쓴이:서정홍2004-12-22 12:41:00
부모 재산이 소중합니까?


서정홍(시인·한국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회 사무국장) /




사회운동을 한다는 어느 여성 단체 초청으로 며칠 전에 강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참석한 분들한테 물었습니다. “부모가 소중합니까? 부모 재산이 소중합니까? 남편이 소중합니까? 남편 직업이 소중합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한 다음 스스로 자신한테 물어 보십시오.”

참석한 분들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니 쉽게 대답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다시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에 있는 모든 돈과 여러분의 자녀와 바꾸자고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아니면 남편과 바꾸자고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때서야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식이야 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돈과 바꿀 수 없지만 남편이야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거의 모든 사람이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그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웃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처녀든 총각이든 어머니든 아버지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많은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사람보다 돈을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참 씁쓸한 기분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여러분이 만일 혼인을 앞둔 처녀라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총각한테 시집을 갈 수 있겠습니까? 혹시 나는 아무리 가난한 농촌 총각이라도 마음만 착하고 성실하면 시집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들어 보십시오?”

황금만 쫓아 사는 세상

백 명 넘는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웃지 못했습니다.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손을 들었더라면 나는 웃을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어찌 여성들만 그렇겠습니까. 남성이고 여성이고 아이고 어른이고 다 마찬가지겠지요.

올해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기총회 때, 부모 따라 온 아이들에게 “어린이 여러분, 먹는 게 소중합니까? 입는 게 소중합니까?” 물었더니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한 여학생이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입는 게 소중해요.” 아이들조차 제 목숨을 살려주는,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식량보다 옷이 더 소중하다고 하니 어찌 이 나라 앞날이 밝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여러분들의 남편에게,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물어보십시오. 당신은 나를 선택할 때 직업을 보았는지, 돈을 보았는지, 아니면 착하고 성실한 마음을 보고 선택했는지……. 그리고 아이들한테도 물어 보십시오. 부모가 좋으냐, 돈이 좋으냐. 먹는 게 소중하냐? 입는 게 소중하냐? 그리고 자신한테도 물어 보십시오.

나는 무엇을 쫓아서 살아왔는지, 결국 돈을 쫓아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돈만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기 위해 혼인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고,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돈을 벌기 위해 교회나 절에 나가는 것은 아닌지…….

날이 갈수록 우리 농업과 농촌이 무너지는 까닭은 아이고 어른이고 진리를 쫓아 살지 않고 편리함과 돈을 쫓아서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불편하고 돈이 안 되는 것은 다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땅의 소중함 깨달아야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금세 깨칠 수 있습니다.

하늘, 땅, 공기, 물, 바람, 구름, 비, 안개, 강아지풀, 소나무, 참나무, 민들레, 질경이, 미꾸라지, 잠자리, 제비, 나비,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없어지면 우리(사람)는 살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에 깊은 병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은 흙을 떠나서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도시 사람들은 흙을 떠나서 살고 있습니다. 하루 내내 흙을 밟을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재산을 늘리고 명예를 가졌다 해도 불안한 것입니다.

우리 농업과 농촌이 무너지는 까닭은 우리 모두가 ‘경제논리’로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강대국의 힘에 밀려 어쩔 수 없는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큰 까닭은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여태 걸었던 길이 ‘삶의 길’인지 ‘죽음의 길’인지도 모르고 편리한 삶만 쫓아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혁명은 내부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묵은해가 가고 이제 새해가 다가옵니다.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우리 후손들에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농사를 짓다가 죽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 분들과 희망을 찾고 싶습니다. 자연과 사람을 괴롭히면서 번 돈으로 교회나 절에 갖다바치면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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