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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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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993회 작성일 04-11-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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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균형
글쓴이:백남해2004-11-23 10:11:00
칼럼
힘과 균형


백남해(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 대표) /




“참, 오래간만입네다!”

조선가톨릭교협회 강바오로 부회장의 경쾌한 목소리에 덩달아 큰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일년 반만에 마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지난 8월에 평양 방문 일정을 잡아 놓고, 비행기 예약까지 해놓았었는데 ‘조문파동’ 때문에 가지 못하고 이제야 북경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제와 신자로서, 남과 북의 형제로서 만날 때마다 새롭습니다.

몇 시간의 긴 회의가 끝나고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회의 보다 더 부드러워진 자리인지라 국내외적인 이야기들을 두루 말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어서 남북 관계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웬만하면 보이지 않는 자신감을 보이면서 남·북과 북·미 관계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그렇게 북측이 북·미 관계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질까?’하고 고민하던 중 의미 있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철거와 ‘위대한 영도자’ 호칭을 없앤 것은 김 위원장 스스로 독재적인 공적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뉴스였습니다. 북측의 자신감은 변화와 개방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지난 8월 이후 북은 외부와의 만남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내부 정리를 하였습니다.

‘부시’ 원하는 것 손에 넣어

북경에 회의 차 오는 외교관들은 대부분 호텔에서 숙식을 하였지만 이제는 모두 대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때에 더욱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제 곧 있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마음들을 가다듬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북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체제 보장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현 체제의 보장이야말로 저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두 번째, 테러 지원국가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테러 지원국가에서 제외되어야 경제 제재 조처가 풀리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를 미국이 들어 줄 것인가?

우리나라의 대북 인식 개선과 미국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은 일명 ‘LA발언’을 통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대북 무력행사나 봉쇄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런 언급은 미국에 대해 대북 강경정책을 쓰지 말아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북 정책에 관하여 미지근하던 모습을 완전히 바꾼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북에 대하여 안정감을 주고 통일의 믿음직한 동반자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이어서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개인적 신뢰 관계를 재확인하며 북핵 문제와 6자 회담 등 핵심 현안에 대하여 공감대를 이루어내었다는 것입니다.

통일 미래 위해 자주성 지켜야

한미 정상은 협력을 통한 해결책 모색을 부각시켰습니다.

이런 변화와 함께, 부시(미국이 아닌) 대통령은 이제 자신이 원하던 것을 대부분 손에 넣었기 때문에 느긋해졌다는 것입니다. 재선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으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여 가스를 확보하였고, 이라크 전쟁을 통하여 석유마저 챙겼습니다. MD(미사일 방어체제)의 구축을 통해서 일본과 중국을 주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21세기의 주역으로 미국과 대등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중국은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미국에 굴복하고 맙니다. 중국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에너지 확보임을 보아도 알 수가 있습니다).

미국(아니 부시)에게 남은 것은 전 세계의 지배자로서 천천히 즐기며 요리하는 것입니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 우리 속담처럼 이것저것 다 가지고 원하면 더 가질 수 있는 부시에게 세계정세란 그야말로 봄날 꽃놀이하듯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여유가(기름이라고는 한 방울도 없어서 빼먹을 것이 없는) 북에 대해서 조금은 느슨해진 대외정책을 쓰게 되는 이유라 예상됩니다.

지금 미국(부시)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흘 붉은 꽃 없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습니다. 세상은 언제일지 모르지만 힘의 균형을 찾을 것입니다. 그 ‘언제’가 오기까지 우리 민족은 어떻게 서야할까를 고민해야합니다. 미국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 민족의 통일된 미래를 위하여 자주성을 잃어서도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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