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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김선일을 잊으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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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963회 작성일 04-07-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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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김선일을 잊으려는가?
글쓴이:정문순2004-07-12 09:37:00
벌써 김선일을 잊으려는가?


정문순(문학평론가) /




[정문순 칼럼]김선일씨의 죽음이 진짜 억울한 이유

온나라를 경악으로 몰아 넣은 때가 언젠데 고(故) 김선일 씨의 피살은 슬슬 사람들의 충격적인 기억에서 퇴장하려는 듯하다.

당장에 옷을 벗을 것 같던 해당 부처 장관은 여전히 건재하며 누군가가 문책을 당했다는 말조차 없다. 아무래도 이 끔찍한 사건이 아무도 책임 지는 사람 없이 슬그머니 넘어가지 않을까 불길하기만 하다. 그러나 고인을 그렇게 보내기에는 그 죽음이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억울하다.

파병을 강행한데다 무장 단체의 김씨 살해 위협에도 꿈쩍도 하지 않은 정부가 그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건 두말 할 나위 없다.그것말고도 과연 그가 ‘있는’ 집 자제였어도 살육의 땅에 들어가 비명에 갈 운명을 피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선교사가 되고자 했던 고인은 학비를 벌려는 소박한 꿈을 위해 위험천만한 사지에 발을 디뎠다. 물론 그가 하필 이라크를 택한 건 돈 때문만이 아니라 장차 그 땅에 십자가를 꽂고 싶은 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인이, 그 나라 사람들은 예수를 모르니 ‘불쌍하다’고 치부한 것하며 이라크 인들에게 개신교가 침략국의 종교일 수밖에 없음을 살피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종교적 맹목을 감안하더라도 등록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가난한 청년이 아니라면 죽음의 땅에 제 발로 찾아가는 무모함을 무릅쓸 이가 과연 있을까. 집안 형편이 그리 궁색하지 않았다면 당장 가족들부터 뜯어말리고 나섰을 것이다.

설령 이라크에 들어갔어도 그가 돈 있고 연줄 있고 집안 배경이 있었다면 살려 달라고 절절이 호소하던 그를 한국 정부가 그렇게 매몰차게 외면했을까 하는 의혹이 든다. 지나치다고? 소위 배경이 든든한 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받는 분에 넘치는 대우를 보면 엉뚱한 추측은 아니라고 본다.

청탁하고 다니면 패가망신시키겠다던 집권자의 호언장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힘있는 자와의 연줄을 동원하는 관행은 여전한 나라다.

그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어둠 속의 일이 들통이 나도 당사자들은 별로 죄의식이 없다는 데 있다. 정말이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싶다.

장·차관 이름 팔고, 집권 세력을 전폭 지지함으로써 매체를 키워놓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제 아내를 교수님 소리 듣게 하고 싶었던 친여 인터넷 사이트 대표는 반성은커녕 되레 항변에 여념 없다.

아내의 취업을 위해서 아는 사람한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그게 무슨 대단한 ‘범법 행위’에 해당 하냐고 한다.

힘있는 자의 연줄 동원은 여전

남들 다 하는 일, 별 것도 아닌 일에 재수 없어 걸렸다는 태도다. 그 참, 조선 천지 뒤져봐야 ‘아는 사람’ 없어 어려운 부탁할 데도 없는 이는 억울해서 어찌할까. 범법 행위가 아니라는 그의 말만큼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돈이 오가지 않는 한 처벌할 규정은 아직 없으니까. 물론 양심의 마비를 처벌할 법도 없다.

청탁하다 걸리면 어떻게 하겠다는 정부의 서슬 퍼런 결의가 살아있다면 그 말을 우습게 여기는 자들을 내버려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부랴부랴 로비를 합법화하겠다고 부산을 떠는 데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법이 없어서 부당한 청탁이 일어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어리석음은 그만두기 바란다.

연줄과 지위를 끌어들여 안 될 일도 되게 하려던 이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사는 한, 어디에도 목숨을 구해달라는 청탁을 할 곳도 없던 가난한 청년의 죽음은 한층 억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득권층이 주제 넘는 탐욕에 손을 뻗칠 때 가진 것 없어 제 목숨도 부지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고인은 알았을까. 아무래도 이번 일들을 통해 사돈의 팔촌을 뒤져서라도 인맥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내 삶이야 글렀다 하더라도 내 새끼 앞날을 닦아놓기 위해서라도 ‘인사’ 다닐 데를 알아둬야겠다는 마음이 동한다. 순진해서 이런 생각도 못하고 비명횡사하고 만 청년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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