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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한 자들은 나라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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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986회 작성일 04-03-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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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한 자들은 나라를 망친다
글쓴이:김소봉2004-03-22 12:42:00
무지막지한 자들은 나라를 망친다


김소봉(자유기고가) /




해동공자로 추앙 받는 율곡 이이 선생의 모친은 황진이, 허난설헌과 더불어 조선조 여류 삼절로 손꼽는 신사임당이다. 부인께서 그 부군이 될 이원수공과 통혼이 오고갈 때 평생 의지할 남편의 사람됨과 식견을 알아보기 위해 화선지에 사람 인(人)자 하나를 써 몸종 편에 이원수공에게 보냈다고 한다. 과연 천부적인 여류묵객이자 시인이었던 신사임당다운 기발한 행동이다. 즉, ‘사람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던 것이다. 간단하면서도 가장 난해한 화두 같은 이 질문에 원수 공은 사람 인(人)자 다섯을 답장으로 써 보냈다.

“사람(人)이 사람(人)이라고 다 사람(人)이냐, 사람(人)다워야 사람(人)이지”라는 전광석화처럼 재빠른 답으로 뇌성을 잠재운 것이다. 두 분의 탁마는 오도한 선승들이 서로의 선지를 알아보기 위해 언하에 내지르는 주먹이나 할 소리처럼 군더더기를 용납지 않는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이 얘기는 선비나 학자들 사이에서는 좌우명처럼 구전으로 전해지는 덕담이었다.

국회의원다워야 국회의원

다섯 글자에 ‘사람’ 대신 어떤 명사를 들이대도 말이 된다. “위정자가 위정자라고 다 위정자냐 위정자다워야 위정자지” “부모가 부모라고 다 부모냐 부모다워야 부모지” “스승이 스승이라고 다 스승이냐 스승다워야 스승이지”.

참, 요새 제 밥값 못하고 당리당략만 쫓는 국회의원을 갖다 붙여볼까?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이라고 다 국회의원이냐, 국회의원다워야 국회의원이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신문지상에서 선량후보들의 신상정보를 터득하다 보니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었다. 대부분 법을 전공한 분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명문대 출신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결국 ‘유식한 사람=정치가’가 되는 모양이다. 높은 관료라고 뭐 다를까마는. 법이란 공사가 엄격하고 추상같은 신상필벌의 원칙으로 높낮음이 없이 공평해야 되는 것이며 만민에게 평등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기야 정확히 말해 법이란 것이 강자들이 그들의 지분을 지키고 약한 백성을 수탈하기 위한 제도적인 방지책과 억제책으로 만든 것이니 별 흥미가 없다손 치자. 하지만 아는 것 하나 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 잘난 최고학벌에 지식과 상식을 두루 겸비한 인사들이 국가의 대경대법을 훼손하는 판국이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명문대학에서는 도둑질과 야합과 표리부동한 배신만 가르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북방불교의 초조대사인 달마대사로부터 법을 받은 여섯 번째 법제자인 육조 혜능대사(六祖 惠能大師)는 자신의 이름도 쓰지 못하는 일자무식이었고, 신분이 미천한 남방 사람이었으나 당대의 선지식으로 대중의 추앙을 받던 신수대사를 물리치고 전법의 징표인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밥그릇)를 전해 받았다. 육조대사가 입멸하신 후 그 제자에 의해 쓰인 ‘법보단경’이란 책에는 무식한 혜능대사가 유식한 사람들에 의해 당한 고난과 핍박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깨달음에는 승속이 따로 없고 지식의 유무가 필요 없어 오직 먼저 오도한 사람이 스승이 되는 불문가지의 법칙이 존재하는 데도 천민이 부처님의 법을 물려받았다는 게 유식한 수행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결국 혜능대사는 시기, 질투로 자신을 죽이고자하는 승려들의 추적을 피해 10년 동안이나 사냥꾼들과 어울려 지내며 목숨을 부지했다. 후일 신수대사가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고 그 제자들에게 육조 혜능대사의 휘하에 가서 도를 닦도록 권했으나 그 제자들은 아무리 도인이라도 상민에게는 배울 수 없다며 깨닫지 못한 스승 신수대사를 조사로 내세워 파벌을 조장했으니 이런 아이러니는 없는 셈이다.

누구를 욕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비슷한 예가 대통령인 국가원수를 잡범이나 천민처럼 상대하며 탄핵으로 몰고 간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아직 1년이 조금 지난 대통령을 자신들의 코드와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그 자리에서 끌어내린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과연 누구를 욕하고 단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군사독재의 원조와 그 유업을 이어 3공에서 6공에 이르도록 독재와 지방색에 편승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의원들이 누구를 심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더군다나 국민의 절반이상이 지지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다니 말이다. ‘무식한 사람은 자신만 망치지만, 알면서도 무지한 유식한 사람들은 나라를 망친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으며, ‘무지막지한 자들’이란 말을 여기에 갖다 붙이니 제격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 신사임당과 이원수 선생의 아름다운 얘기와 육조 혜능대사의 거룩하신 발자취가 더욱더 큰 존경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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