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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당이 승리한다고 민주주의가 소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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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550회 작성일 04-03-2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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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당이 승리한다고 민주주의가 소생하나
글쓴이:정문순2004-03-22 12:41:00
열우당이 승리한다고 민주주의가 소생하나


정문순(문학평론가) /




[정문순 칼럼]보수정치의 파탄

대통령 탄핵은 교과서의 활자 속에서 늘 죽어있던 문구였다. 설마 하다가 막상 태풍을 접하고 보니 난데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이를 어찌해야 할꼬. 그깟 일에 대통령 집어치우라니 뽑아준 국민을 무시해도 유만부동이지 않은가. 살벌한 말들이 난무한다.‘의회 쿠데타’, ‘총칼 없는 테러’…. 이런 말들은 자칫 ‘쿠데타’와 ‘테러’의 피해자로 전락한 가엾은 노무현 정부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심어 주기도 한다. 그것이 곧 빈사 상태에 빠진 한국 민주주의를 구하는 길이라는 생각도 갖게 한다. 그렇게 하자면 민의를 짓밟은 저 거대 야당들을 심판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할 수 있는 심판은 코앞에 닥친 선거에서 표를 안 주는 것밖에는 없다. 한국 민주주의, 노무현 정부, 야당 심판, 여당 압승은 졸지에 같은 의미로 묶여버린다. 민주주의의 소생이 곧 총선에서 여당이 이기는 것, 맞는가?

보수정치권의 다툼 연장

대통령 탄핵이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인 것은 분명히 맞다. 그러나 개혁에 훼방을 놓으려는 기득권 세력의 일방적인 횡포로 보는 시각엔 동의하고 싶지 않다. 노무현 정부가 잘 나가니까, 개혁적이라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으니까, 수구 정당들이 총선에서 자기들 표가 다 떨어져나갈 것 같은 위기감 때문에 사고 친 것이라고 한다면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대통령 탄핵은 민주주의와 담을 쌓고 사는 보수 정치권끼리의 다툼의 연장에서 일어난 것이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테러’로 볼 일은 아니다.

우리는 흔히 폭력을 정당성 없는 정권의 전유물이라 생각한다. 군사 정권 때 경찰이 얼마나 무섭고 소름끼치는 존재였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군정을 종식시켰다는 ‘문민정부’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시민들에게 행사한 폭력의 강도는 그 이전의 정권 못지않았다. 정권 존립의 정당성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화근이었다. ‘국민의 정부’도 그랬고 ‘참여 정부’ 역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물론 노 대통령의 자부심은 그럴 만한 근거가 전혀 없지 않다. 집권 1년이 겨우 지났을 뿐인데 대통령 측근 비리가 줄줄이 밝혀지고 대선 불법자금이 들통 나고 있는 것은 차기 정권 아니면 권력 누수기의 집권 후반기에나 부패가 드러나던 이전 정권들과 다른 점이기는 하다. 그만큼 투명해졌다고 좋게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드러난 잘못이 없던 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자신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들이 딱히 자랑으로 내세울 만한 개혁적인 성과가 무엇인지 잡히는 것은 없다. 오히려 기득권 세력과 뭉쳐 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데 더 적극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정부는 부패의 늪에 빠진 수구 세력보다 낫다는 턱없는 자만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것이 일으킨 야당과의 잡음은 총선만 앞두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핵폭탄이 아니라 정치판에서 늘 일어나는 도토리 키 재기 싸움으로 그쳤을 것이다.

친노·반노 대결 몰이는 위험

대통령 탄핵이 ‘야만의 정치’니 ‘민주주의의 사망’ 이니 말하지만, 정작 이 정부가 자행해 왔던 야만과 반민주주의가 간과되는 것은 아쉽다. 탄핵 정국의 소란 속에서 ‘거물 간첩’ 송두율 교수의 15년 형 구형은 세상의 관심을 끌지도 못하고 묻히고 있다.

공부한 죄밖에 없는 학자의 독일어 저술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믿는 야만은 참여정부의 검찰에서도 서슬 퍼렇게 살아있다.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쏟아내는 노동정책도, 이라크 파병도, 야만과는 거리가 먼 것일까. 민주주의를 죽이는 데 발 벗고 나섰던 저 여당 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이 피해자가 되니 땅에 엎어져 통곡하고 울부짖는 모습이 우습기도 한 건 무엇 때문일까.

지금의 정국을 친노와 반노의 대결인 양 몰아가는 일각의 시도는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그것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중 하나를 택하라는 말과 같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사태에서 누가 엉뚱한 피해를 볼지는 불 보듯 훤하다. 이제 막 움트는 진보 정치가 보수 정치판의 싸움질이 빚은 태풍에 꺾이지 않을까 참으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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