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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처 덧나게 하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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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344회 작성일 03-09-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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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처 덧나게 하지말라
글쓴이:김소봉2003-09-18 16:57:00
재난 상처 덧나게 하지말라


 


전국을 초토화시킨 태풍 피해 앞에서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나 역시 해일로 32평 사무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회사소유 선박(12t)이 침몰돼 1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지만 그게 어디 돌아가신 분들이나 그 유족들만의 아픔과 비교가 될 수 있겠는가.

먼저 망자와 유가족들께 같은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심심한 위로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정부당국에 부탁드리고 싶은 건 피해보상이 피해 입은 전 국민에게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대단위의 피해 현장이나, 농민과 어민들만을 위한 표심을 복선에 깐 어설프고 의도적인 제스처는 제발 그만 두기를 바란다.

나 같은 경우 태풍 셀마 때도 18t 크기의 선박이 해일로 가라앉아 큰 피해를 입었다. 그 때도 정부에서는 피해 입은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즉각 장기저리의 융자를 보장한다며 거창한 사탕발림을 언론을 통해 발표했지만 터무니없는 거짓이었다. 당시에도 회사를 감독하는 모 관청에서 발급한 융자지원 신청 서류를 들고 선박복구자금을 지방 은행에 신청했는데 담보물건이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재해보다 더 아픈 상처를 정부와 은행측으로부터 받았던 것이다.

이번 매미의 후유증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도 표심을 위한 현장방문인지 몰라도 농촌이나 어촌에는 홍길동처럼 나타나 구세주 같은 발언을 쏟아놓지만 영세 중소기업의 피해 현장에는 코끝도 보이지 않는다. 벌써 피해 5일 째가 돼가지만 동사무소에서조차 얼굴 한 번 내 밀지 않았다.

워낙 피해가 방대해 인력이 달리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래서 우리들 중소기업인들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불평 한마디 안하고 자력복구에 매일 땀방울을 쏟고 있는 것이다.

IMF때도 그랬다. 큰 기업은 공적자금이니 뭐니 해서 국민의 세금을 자기들 호주머니 돈처럼 축내고 있을 때도 중소기업인들은 그런 혜택도, 아니 그런 공돈(?)을 착취하려는 부도덕한 생각은 언감생심 해보지도 못했다. 중소기업인들에게 주어진 지갑은 대기업처럼 숨겨둔 차명계좌나 비자금 금고가 아니라 투명한 유리지갑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공적자금의 지원은커녕 그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세금을 추징 당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대기업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과 영세 중소기업의 유리지갑이 연명시켜주고 있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영세기업에게는 대기업처럼 수천 명이나 수만 명 씩 나서서 국민을 볼모로 삼아 도로를 막고, 경찰차를 불사르고, 정부와 사회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요구조건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도 없다. 아니, 지금 이 판국에선 붉은 띠나 꽹과리를 살 돈도 없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영세한 상인이나 중소기업인들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짓이란 만기 몇 달 안 남은 적금을 해약하고 연리 20%의 사채를 얻어 쓰거나 염치없이 친지나 지인들의 문전을 기웃거리는 방법 외에는 별 다른 대책이 없다.

재난의 피해와 아픔은 회사나 동네의 크고 작음에 따라 높낮이가 다른 게 아니다. 슬픔과 고통이란 당하는 본인들에게는 닮은꼴의 동일한 슬픔일 뿐이다. 정부당국자나 단체장, 그리고 금융기관이나 언론은 이 점을 통찰해 고통받는 모든 당사자들이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고 보도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엎드려 부탁드린다. 피해자의 비통함을 돕고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제발 그 상처를 덧나게 들쑤시고 분노의 눈물을 흘리게는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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