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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외쳐보는 ‘우리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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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004회 작성일 02-10-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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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외쳐보는 ‘우리는 하나’
글쓴이:김영만2002-10-22 16:07:00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날 수가 있단 말인가?”
‘북한, 핵개발계획 시인’이라는 큼지막한 제하의 기사를 보는 순간, 며칠 전 북녘응원단 환송장면이 눈앞에 어른거리면서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그러나 ‘한반도 기류 급랭’ ‘위기’ 등의 단어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기간의 기억이 생생히 살아나면서 이건 한반도의 ‘위기’가 아니라 ‘호기’일 수도 있다는 확신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긴급하게 모인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북한을 ‘북녘’이라 부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언뜻 듣기엔 별로 대단할 것 같지도 않은 낱말 하나이지만 이건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이웃처럼 ‘북녘’이라 부르자

북한의 정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며, 우리는 바로 그곳에서 온 선수를 포함한 참가단을 환영하고 고무, 찬양, 격려하기로 작정한 응원단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면 호칭문제의 심각성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만일, 이번 제14회 아시아 경기대회가 부산이 아니라 함흥쯤에서 개최되었다고 생각해보자. 함흥운동장을 가득 메운 북의 주민들이 인공기를 흔들며 “남조선 선수 힘내시라요!” 하고 소리친다면 그들의 진의가 무엇이든, 대한민국 선수들은 이 소리를 선뜻 응원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이 함성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선수들이 정서불안으로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일이 이쯤 되면, 선수들보다 대한민국의 보수우익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북에서 치르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는 자체가 못마땅한 터에 대한민국을 감히 ‘남조선’이라 부르며 인공기를 흔들어대는 저들의 저의는 바로 적화통일의 야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김정일 규탄대회’와 ‘우리선수들의 즉각 철수’를 외치며 아시안게임 내내 시위를 벌였을 지도 모른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북 또한 남쪽과 다를 수 없다. 어렵사리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북의 선수들에게 태극기를 흔들며 “북한선수 잘한다”는 응원소리가 그들에겐 결코 유쾌하게 들리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만이라도 분단과 대립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는 ‘북한’이란 호칭으로 북의 형제들을 맞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저 아래윗동네 사는 사람들처럼 ‘북녘’이라 부르기로 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우려가 결코 과민한 것이 아니었다. 9월 28일, 창원종합운동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북녘응원단에 몰려간 기자들이 “북한 어쩌고저쩌고…” 하는 질문에 “북한이 뭡네까?”하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이후, 북녘대표단에서 한국언론에 ‘북한’ 대신 자신들의 정식국호를 사용해 달라며 선수단 철수까지 거론하며 강력한 요청을 했다. 그러나 이런 남의 비례와 북의 불만, 우리 모두의 우려도 경기 내내 운동장에 울려 퍼진 “우리는 하나”와 “통~일 조국”이라는 남북 응원단들의 함성소리에 모두 묻혀 버리고 북녘응원단의 멋진 공연 솜씨와 남쪽주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어느새 우리는 ‘북한’도 ‘남조선’도 뛰어넘어 아무도 못 말리는 ‘하나’가 되어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1시 정각, 부산 다대포항 부두에서 “우리는 하나!” “통~일조국!”을 외치는 수천의 함성소리를 뒤로한 채 ‘부웅~’하는 뱃고동소리와 함께 만경봉호가 수평선을 향해 멀어져 갈 때,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뱃전에 늘어서 있던 북녘응원단원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시 만나자고 목청껏 소리치고 싶었지만 입을 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 끝내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손만 흔들어댔다.

북 핵 문제 ‘위기’를‘호기’로

이게 겨우 며칠 전이었는데, 느닷없이 터져 나온 ‘북한, 핵개발계획 시인’보도를 접하는 순간 지금과 같은 분단상황에서 남북이 지속적인 화해와 협력,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왕 북의 핵개발이 기정사실이라면 이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처럼 우리가 미국, 그것도 매파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해석하고 고민할 이유가 없다.

한반도의 ‘위기’를 ‘호기’로 바꾸는 꿈을 이루는 힘, 그것은 “우리는 하나”라는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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