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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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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048회 작성일 02-07-1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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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글쓴이:김영만2002-07-11 09:41:00
얼마 전, 끼니때를 놓쳐 촐촐해진 배를 달래며 적당한 음식점을 찾느라고 두리번거리다가 ‘꽃게찜’ 식당간판이 눈에 띄었다. 순간 입에서 군침이 확 돌면서 그쪽으로 발걸음을 몇 발짝 떼다 칼국수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이유는 만만찮은 찜 값 때문이었다. 칼국수를 훌훌 불어 입에 넣으면서 꽃게찜과 동동주 한 사발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러나 앞으로 당분간은 누가 꽃게찜을 사 준다해도 사양하고 싶다. 서해교전은 바로 그놈의 꽃게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그 전투로 인해 남북의 젊은 병사 수십 명이 흘린 피가 꽃게어장을 붉게 물들인 사실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서해 교전 이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는 이 사태가 북측의 의도적인 공격인지 아니면 우발적인 충돌인지, 북방한계선(NLL)의 명확한 군사적 개념과 국제법상의 효력, 그리고 연평도 어민들의 월선 여부 등이었다.

내가 꽃게찜을 마다한 이유

7일 국방부가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북한 경비정의 선제 공격은 북측의 의도적인 공격이며 이번 작전은 해군 장병들이 불굴의 투지로 NLL을 사수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일으킨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어민들의 ‘월선’ 행위는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고,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중계를 해오던 그들이 하필이면 한국팀의 마지막 경기(3·4위 경기)가 있던 날에 맞춰 선제 공격을 한 원인에 대한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서해 교전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사태를 두고 상당히 다른 시각차이를 보이는 여론이 형성되어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는 모두가 재발장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행스럽게,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꽃게 철만 되면 남북의 긴장이 조성되는 분쟁수역 일대를 아예 ‘평화수역’으로 선포하고 ‘남북어로 공동구역’으로 설정하자는 제안과 주장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남북의 갈등과 대립으로 이득을 보거나, 전쟁을 재미난 놀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아직도 교전직후 격앙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왜 북한 경비정을 끝까지 격침을 시키지 않았느냐? 북한 미사일이 가동되는 바람에 응징을 못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북한의 미사일이 무서워 응징을 못했다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거나 “전쟁 한번 해요. 한번만 똑바로 하면 안 들어온다”는 말들은 이참에 전면전을 벌여 확 쓸어버리자는 이야기이다. 국민들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는 발언들이다. 그들 중에 자기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아 말썽이 된 사람들도 있다.

이번 교전으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는 병사들이 언론을 통해 갖가지 논란과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듣고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있을지 참 궁금하다.

전쟁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나는 TV화면을 통해 교전소식과 함께 부상병들의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 심장이 갑자기 이상하게 뛰기 시작했다. 35년 전 베트남, 포탄과 총탄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속에서 우리를 향해 새까맣게 돌진해오던 월맹군들, 포탄소리, 비명소리와 함께 피를 쏟고 나뒹구는 전우들, 마주보고 달려오는 적병들을 향해 총을 쏘다 실탄이 떨어진 소총에 탄창을 갈아 끼울 단 몇 초의 시간이 없을 정도로 급박했던 그 순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나는 실탄이 한발도 장전되어있지 않은 소총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쥔 채 그냥 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 외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얼마 후 쇠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나는 쓰러지고 말았다.

바로 이 기억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경비정 위에서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며 피를 쏟는 전우들을 부둥켜안고 울부짖으며 반사적으로 반격조치를 취했을 해군 병사들의 그 긴박하고 처절했던 순간을 …. 병상에 누워 고통과 상처가 아물어 가는 만큼 나는 전쟁 이전의 평범한 청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우리에게 증오와 저주의 주술을 걸어 전쟁에 내보낸 자들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쟁을 해본 병사들은 잘 알고 있다. 전쟁은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확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 자식을 최전방에 보초 세워 놓고 그 말 다시 한번 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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