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여성부가 새로 신설되었다. 여성부가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두 군데 뿐이다. 네덜란드와 우리나라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현실에서 여성에 대한 인권 지수가 형편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여성이 진출하기 힘들게 여겨지는 직업이 있고, 여성의 제반 능력에 대한 불신이 지배하고 있다. 교회는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정작 교회 안을 들여다보면 의아스럽다. 여성의 인권을 옹호하는 교회가, 정작 자기 안에서는 얼마나 여성을 인정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땅의 수많은 성당 중에 정식 본당의 평신도 협의회 회장님이 여성인 경우가 있는가. 들어본 적이 없다. 평신도 사이에서도 이러하다면, 어떻게 종교 권력의 핵심이랄 수 있는 ‘여성 사제’를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종교가 권력인가 아닌가, 또는 교회 안에서 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는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자(실제로 수많은 여성들이 권력의 남성 집중화에 무관심하거나, 길들여졌거나, 심각하게 괴로워하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여자들이 반대하니까. 이 얼마나 무서운 함정인가?!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을 질투하고 제거하게 하는 것은 남성의 보이지 않는 강요에 의해서이다.
예를 들면, 뱃속의 아이가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낙태 당해야 한다고 하자, 낙태를 하는 것도 여자인 어머니요, 낙태를 부추기고 이끄는 이는 여자인 시어머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뼈아픈 결정을 실행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남성들이 수 천년 동안 만들어온 제도와 사상 때문이다.
결국 남성이라는 거대한 권력의 지도아래 모든 악행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래도 여성의 적이 여성인가?! 결국 여성 본당 회장님이나, 여성 사제를 볼 날이 아득히 먼 것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남성들의 끊임없는 저지의 결과인 것이다.
내가 여자냐고? 난 신부다. 이런 무리한 말을 검증도 없이 하냐고? 교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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