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우(창원대 강사.사학)마산시민의 날 변경문제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
시민의 날인 5월 1일은 강제 개항되었기 때문에 치욕적인 날을 시민의 날로 할 수 없다는 변경을 주장하는 입장과 1899년 개항은 자율적으로 개항되었다며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논쟁은 지난 5월 한 시민단체가 시민의 날을 3.15의거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마산시 의회에 제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지난 달 30일 공개토론회가 마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시민 등 6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기도 하였다.
토론회에서는 마산항의 개항이 자율이었는가, 강제였는가 하는 문제가 쟁점이 되었다. 현행 유지론자들은 마산항 개항 1년전인 1898년 의정부 대신들이 개항문제를 놓고 찬반투표를 벌인 규장각외부청의서를 제시하고 자율개항임을 강조하고 있다. 뚜렷한 역사적 근거없이 열강에 의해 강제개항되었다는 주장은 주관적 판단이나 식민사관에서 비롯된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변경론의 입장은 마산항은 19세기말 일본 등 열강들의 끈질긴 회유와 협박에 의해 타율적으로 개항되었으므로 치욕적인 개항일을 시민의 날로 하는 것은 시민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각료 찬반투표 자주적 의문
우리의 근대화 과정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진 자본주의 체제로의 강제적 편입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했던 정치세력들이 백성들의 사회개혁에 대한 요구를 무시함으로써 세계질서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일본의 강화도 침략으로 인해 불평등하게 맺어진 강화도 조약은 제국주의 열강들이 한반도로 진출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러시아는 청일전쟁 이후 중국과 조선에 대하여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1896년 조선의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러시아군대의 보호를 받게되는 아관파천을 계기로 조선정부내에 친러정권이 들어서기도 하였다. 러시아는 마산포를 조차하여 극동함대의 기지로 삼으려다가 일본의 방해로 실패하기도 하였다. 러시아의 마산포에 대한 관심은 적극적인 남하정책의 표현이었다. 러시아의 마산 조차지 설정에 대한 일본의 간섭 또한 일본의 마산지역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임에 다름아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정부 각료가 찬반투표를 통해서 결정했다고 해서 자주적인 의사표시로 볼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형식적인 절차보다 개항이 마산지역민의 이익을 담보하고 있었는가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개항이후 상권을 둘러싼 마산민의 일제에 대한 저항의 과정을 통해서도 개항의 의미는 짐작될 수 있다. 마산지역에서 항구의 기능이 중요한 것이라면 마산에 조창이 설치되었던 1663년을 주목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조창이 설치되면서 마산포는 인근 지역의 물산이 집중되어 포구로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포구가 되었던 것이다.
시민의 날은 정체성 있어야
시민의 날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마산의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약자들을 외면하는 정부의 여러 정책으로 인해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논쟁은 어떤 모습으로 와닿을까.
시민의 날에 시민이 그 중심에 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날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마산시민이 공감하는 마산지역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날이어야 한다. 3.15의거 다음해인 61년, 의거를 기념하는 대규모 범시민 축제가 민.관.군 공동으로 개최되었고, 매년 이날에 맞춰 시민축제를 열기로 했으나 5.16군사쿠데타로 인하여 중단되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발견되었다. 1978년 암울한 유신독재시절에 시작된 5월 1일 시민의 날보다 역사가 깊다. 당시 3.15의거제전의 개최인사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3.15는 슬픔의 날이자 환희를 마련할 그 진원의 날이다. … 우리는 이날을 길이 새겨 기념하기 위하여 영령을 추도함과 아울러 내일의 보다 힘찬 삶을 위하여 그를 상징할 몇몇 행사를 가지려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 부도덕한 정치인들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독재권력을 시민의 힘으로 타도했던 그 날의 감동을 함께 함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시민들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시민의 날 제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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