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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미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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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951회 작성일 01-06-26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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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미안하다 !
글쓴이:오창욱(사무처장)2001-06-26 01:32:00
나에게는 대학시절 술만 마시면 "미안하다", "고맙다" 하던 친구가 있었다.
당시는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시절이었고, 대학 초년생이었던 87년에는 역사적인 6월 항쟁이 있었다.
그때 학교 앞에는 집회가 많았었고 내가 다니던 학교 교문 앞에서 학생들과 전경이 대치하여 싸움이 붙으면 교문 쇠 담장에 죽 늘어선 사람들과 교문이 내려다 보이는 도서관 창가에서 지켜보는 학생들이 많았었다.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우리는 80년 5월 광주의 죽음과 우리사회의 모순을 보며 분노하고 고뇌하던 시절 이었다.
그것은 집회에 참여하는 학생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도서관과 담장에서 지켜보던 거의 모든 이들의 마음이었으리라
나의 벗도 그러한 한 사람 이었다.
그때 어렵지 않은 대학생이 어디 있으랴 만 부모님이 농촌에서 어렵게 마련해 주시는 학비로 공부해야 하는 나의 친구는 거의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였다.
그런 그도 집회가 있는 날이면 도서관 창가에서 교문 앞을 내려다 보곤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어줍잖은 운동권 이었던 나를 만나 막걸리라도 한 사발 하며 거나해지면 언제나 나오는 말이 바로 "미안하다", "고맙다" 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 배워 갔던 것 같다.
마치 처음에는 조그맣고 보잘 것 없던 모래톱이 시간이 지날수록 모래알 하나 하나가 모여 점점 커져 비옥한 땅이 되듯이 말이다.

시민단체에서 보잘 것 없는 힘이나마 노력하며 세상의 변화에 도움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에 일을 하고 있는 내게 새삼 나의 친구가 자꾸만 생각난다.

오늘 저녁에는 내 오랜 벗에게 전화를 걸어야 겠다.
맨 정신에 하자니 자신이 없고 소주라도 한 잔 하고 해야 겠다.
아직도 우리를 보면 늘 웃음을 잊지 않고 고생한다며 말하고, 더 좋은 세상으로 변하기를 바라며, 또 그 일을 잘 해줄 것을 부탁하며 고마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담아서 말이다.

" 미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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