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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차 한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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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2,384회 작성일 01-06-2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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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차 한잔할까요?
글쓴이:백남해(창원 용잠성당 신부)2001-06-26 01:30:00





백남해(창원 용잠성당 신부)

고려 초 때부터 정치를 논하고 풍속을 바로 잡으며 비행을 조사하고 그 책임을 규탄하던 관청을 사헌대, 또는 사헌부라 했다. 조선시대에는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라 부르는 감찰들이 있었다. 사헌부의 역할은 대단하였다. 그 역할에 대하여 세조 때 학자 서거정은 “시어사로서 바른 사람을 얻으면 임금에게 과실이 있을 때 노여움으로 거슬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장상대신에게 허물이 있으면 규탄하여 바로 잡고, 종실의 귀척으로 교만하고 간악하면 탄핵하고, 간사한 소인이 조정에 있으면 쫓아내고, 세도에 붙어 뇌물을 받거나 이권을 탐하면 물리쳐 모든 벼슬아치가 두려워하게 되니 그 직책이 어찌 중하지 않은가”하였다. 감찰들이 수집한 각종 정보는 장계가 되어 임금에게 올려져 비리 척결에 사용되었다.

지난 5월 6일 김중권 민주당 대표, 김종필 자민련 명예 총재, 민국당 김윤환 대표가 모여서 골프를 쳤다. 그들의 말마따나 “휴일날 골프 한번 뻑적지근하게 친 것 갖고 뭘그러느냐”고 할 수도 있다. 골프는 그들만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보도를 통해 흘러나온 그들의 말은 우리나라 사람이 쓰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싱글을 하면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1천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골프를 모르는 나는 “아, 기분이 좋아 선수들이 ‘싱글’거릴 정도가 되면 돈을 준다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그날 김종필 명예총재가 선물 받은 ‘혼마 파이브스타’라는 골프채는 가격이 240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뭐 그까짓 돈, 전직 누구누구가 ‘해먹은’돈에 비하면 ‘껌’값도 안되겠다. 뭐 자질구레하게 라면 몇 개를 살 수 있고, 결식아동 몇 명을 먹일 수 있고 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해본들 무슨 소용인가.

사헌부 감찰들의 활동 중에는, 장계에 의한 척결말고도 감찰들끼리 합의가 되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관행이 있었다. 비상한 일이 발생하면 밤중에 모여 공직자의 죄상과 비리를 널빤지에다 적어서 대문 앞에 걸고 가시덤불을 쌓아 문을 막았다. 이것을 야다시(夜茶時)라고 하였다. 야다시…. 참 멋지다. 아니 통쾌, 상쾌, 유쾌하다.

어떤가, 법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우리끼리 손가락질에 욕이나 해봤자 입만 아픈데 야다시나 한번 할까. 옛날에는 야다시를 당하고 나면 세상에서 버림받아 조정의 발령 없이도 관직 반열에 참여하지 못하고 영원히 버린 몸이 되었다고 한다.

조선 성종 때 임금의 외숙이 승지 벼슬을 지내고 있었다. 그 벼슬 덕으로 사치를 일삼아 자단향이라는 값비싼 외제 향나무로 사랑채를 달아 내었다. 이에 대한 원성이 임금의 귀에 들리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는 참형에 처했다. 요즘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다. 절대 왕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절대 권력자인 왕도 사치에 대해서는 엄격하였다. 한 나라의 임금인 선조가 물에 만 밥에 밴댕이 말린 것으로 점심을 때운 일 까지도 있었다. 옛 어른들은 고깃국을 끓여도 이웃에 냄새가 새어나갈까 두려워하였고, 명절 아닌 때에 아이들에게 새 옷을 해 입히면 꼭 빨아서 새 옷 티가 나지 않게 하였다. 아무리 내가 그렇게 할 만한 돈과 능력이 있다하여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사회의 지도층이라면 말이다.

기분도 그렇고 한데 우리 모여 ‘밤에 차나 한잔’하며 미운 놈들 혼내줄 궁리나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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