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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외발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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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031회 작성일 01-06-2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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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외발 자전거
글쓴이:백남해 공동대표(창원 용잠성당 신부)2001-06-26 01:28:00
“아~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자~ 아저씨·아주머니·언니·누나 이리 오세요. 자! 자! 왔어요 왔어~.”

70·80년대에는 길거리에서 약장수들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었다. 기괴한 소리를 내고, 몸을 아끼지 않는 차력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별 볼거리가 없던 시절에 약장수야말로 서민의 친구이자, 건강의 전령이었다(물론 불량약품이 아니라면).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약장수는 원숭이를 앞세운 약장수였다. 원숭이라는 놈이 가져다주는 이국적 풍취와 신기함은 아이들에게 딴 세상을 꿈꾸게 하였다. 필자도 원숭이의 신기함에 빠져 약장수 구경을 자주 다녔다.

어느 날, 침을 흘리며 원숭이의 재주를 구경하는데, 약장수가 놀라운 이야기를 하였다. 원숭이가 외발 자전거를 타고 높은 곳을 뛰어 넘겠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놀라움에 침을 삼키며 지켜보았다. 약장수가 아이 둘을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긴 나무 막대기를 손에 쥐어주며 마주 보고 서라고 하였다. 원숭이가 외발 자전거를 타고 뛰어넘을 장애물이었다. 원숭이가 나오고 외발 자전거가 나왔다. 주위는 쥐 죽은 듯 조용하였다. 약장수가 낮지만 단호하게 소리쳤다.

“자~ 이 신기한 구경을 하기 전에 여러 어르신들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희들은….” 회충약 선전이었다. 사람들은 약을 팔아주어야 원숭이의 재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선뜻 약을 샀다.

그러나 끝내 원숭이는 외발 자전거를 타지도 않았고, 나무 막대기를 넘지도 않았다. 정말 이상한 것은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았다. 쇼가 끝났다고 여기자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요즘은 약장수가 신문이나 방송을 장식하고 있다.

제약회사의 약품 선전이 아니라, 끝내 원숭이의 재주를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의 약이나 파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엇을 한다느니 만다느니 싸움질이나 해대고,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몸을 아끼지 않는 차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 드는 정치인들을 이름이다.

아니 우리나라의 꼴이 길거리 약 판 같다. 여야의 우두머리들은 약장수 같고, 의원들은 약장수의 원숭이 같다. 우두머리들은 자신들이 팔고싶은 약(대권)을 선전하기에 바쁘고, 의원들은 자신들이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원숭이처럼 꽥꽥거리며 훼딱훼딱 재주넘기에 바쁘다.

국민들은 뭐 좀 색다른 것이 있나하고 약 판을 기웃거리지만, 결국 주머니만 뜯기고 말없이 돌아서는 구경꾼 같다.

21세기에 길거리 약장수들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원숭이 몇 마리나, 기괴한 고함, 남들보다 조금 나은 힘으로는 약을 팔 수 없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이 땅의 높으신 약장수 정치인들도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외발 자전거를 탈 줄도 모르고, 높은 곳을 뛰어넘을 줄도 모르는 얼치기 원숭이들, 아니 자신이 원숭이인지, 자전거를 타야하는지도 모르는 정신 자세로는 새로운 세기에는 버틸 수가 없다.

국민들이 몇 번 속아서 약을 팔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어림도 없다. 한마디로 약발이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혁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현재의 높으신 약장수들은 아무리 변화해도 소용이 없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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