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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놈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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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673회 작성일 01-06-2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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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놈 없는 세상
글쓴이:남두현(희망연대 공동대표)2001-06-26 01:28:00
아이와 아버지가 목욕탕에 갔다. 탕속의 물이 뜨거울 것 같아 아이는 한사코 탕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아버지가 탕속으로 들어가 아이에게 뜨겁지 않으니 들어오라고 했다. 아이는 아버지가 탕안에서 하는 말이어서 믿고 탕안으로 들어갔다. '앗, 뜨거라. 세상에 믿을놈 없네."

정말 믿을놈 없는 세상이다. 작년 여름 전쟁이 난것도 아닌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암환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이것은 단순한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국민들이 고통스러울지라도, 국민을 위한 의료제도 정착을 위한 싸움이라던 그 많던 정의로운 의사들은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의약분업이 되면, 의약품 오남용이 사라져 국민부담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던 정부는 배 이상이나 의료보험료를 올리고도, 불과 1년도 안된 사이에 수조원의 의료보험재정을 날려 버리고, 다시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안된다니, 도대체 주먹구구식 동네 구멍가게인가? 나라살림을 하는 정부인가?

건강보험 재정파탄은 단순히 건강보험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고용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현대 국가가 가져야 할 사회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국가가 책임져야할 공공적 복지영역을 위축시켜,결국 야만적 시장논리가 국가의 공공성을 잡아 먹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가면, 건강보험료를 낼수 없는 수많은 국민들은 3등 국민취급을 받게 될 것이고,(의약분업이후 의료보호대상자들의 비참한 처지를 보라. 그들은 대한민국의 불가촉천민들인가?) 소수의 상류계층은 다양한 형태로 도입될 사보험을 선택하게 되어 공적인 건강보험체계는 파탄에 이르게 될터인데, 그나마 우리사회의 계층갈등을 폭발하지 않도록 봉합하고 있던 주요 고리였던 (사실은 이것도 오랜 집단최면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일하고자하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평등한 교육과 평등한 의료라는 양대축이 무너져, 시장논리라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고 그러한 과정은 나라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회적 계층적 계급적 갈등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일부 상류계층을 뺀 다수의 국민들은 이번의 건강보험파탄사태를 보면서 서서히 집단최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아직은 주로 정부당국을 향해 있지만, 사태의 본질을 깨달기 시작하면 그 분노가 자기들에게도 미칠 것인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사집단은 그 분노를 희석시키기 위한 희생양으로 시민단체로 지목하고 있는 듯하다.
시민단체는 적어도 의사회같은 전문직 직능이익단체가 아니지만, 의사들이 의약분업의 불편함을 강조하다가(개업의가 주도했던 시기), 명분에서 밀리자 완전의약분업을 받아들이면서, 난치병에 대한 보험적용,진료비와 처방료의 현실화 등을 강조하는 쪽으로 선회한 2차 의료분쟁(전공의가 주도)처럼 자신의 이익을 숨긴채 겉으로 국민불편과 국민건강을 운운하는 식의 이중적이지는 않다. 의약분업문제도 보험료의 증가나 감소문제도, 국민을 위한 합리적 의료시스템을 올바르게 만들어 가는 과정속에서 나타나는 파생적인 문제이다.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 솔직해 져야한다. 엄혹한 자본주의시장경제속에서 살아가는 의사들에게, 생명을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높은 도덕성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돗대기 시장판의 장사치가 아니라면 물건 값을 속여서는 결코 좋은 장싸꾼이 될수도 없고, 돈도 벌수가 없듯이, 최소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의사로서의 직업윤리는 있을 것이다.
의사들이 작년의 폐업사태까지 불사하며 주장했던 '제대로된 의약분업', '제대로된 의료보험'이 혹 의사들의 자기이익을 감추기 위한 내세운 명분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시민단체를 방패막이로 삼을 것이 아니라, 공개된 비밀이었던 약을 둘러싼 리베이트,랜딩비,불필요한 과다진료,과당투약, 불요불급한 고가의료장비 이용,진료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진료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험료를 도둑질 하는 부당청구, 세원노출을 꺼린다는 혐의 이외는 아무 합리적 근거없는 병원의 신용카드결제 회피 등 누가 보더라도 잘못된 의료계의 관행부터 바로 잡아야할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도 믿지 못하고, 의사도 믿지 못한다. 지난 의료폐업 사태 이후, 의사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환자의 생명까지도 볼모로 잡을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었다. 의사들도 할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할말이 국민들에게 먹히기 위해서라도, 작년 여름의 그 대단한 '의권' 쟁취투쟁이 의사들의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건강보험 재정파탄을 정부와 시민단체에게 몰아부치기 전에, 의사들의 솔직히 잘못된 의료관행을 드러내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감시,견제 시스템 도입에 스스로 나서야지 책임을 정부나 시민단체에게 돌리는 식이어서는 결코 안된다.

아무리 제 애비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고해도, 몸이 아파 병원에 간 환자들이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를 믿지 못한다면 어찌 되는가? 이것보다 더 심각한 의료대란이 어디 있는가?
결국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둘러싼 의료체계 위기의 본질은 정부와 의사집단에 대한 불신이고 그 불신은 주로 의사집단이 책임져야할 문제이다. 의사들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고 그동안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과 함께 하면서 정부당국과 머리를 맞댄다면, 이번의 건강보험재정 파탄 문제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풀지 못할 일은 아니다.

2001.3.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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