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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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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546회 작성일 01-06-2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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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
글쓴이:남두현(공동대표)2001-06-26 01:24:00
아주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홍수로 큰물이 졌다. 마을 앞으로 넘친 강으로 개와 어린아이가 떠내려 와 자식없이 사는 농부부부가 개와 아이를 길렀다. 개와 아이는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어느날 농부가 이웃마을에 일을 보고 오다가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중상을 입었는데 개가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알려 주인을 구했다. 세월이 더 지나, 홍수 때 구해준 아이가 성년이 되었다. 이제 농사일도 도울 수 있게 되어 농부는 마음이 든든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이는 훌쩍 집을 나가 버렸다. 사람이 개보다 못해서야 되겠느냐는 교훈적인 이야기였던 것같다.
이상스레 나이가 들어, 세상과 사람들에게 부딪끼면서 이 이야기가 그런 단순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는 주인을 위해 끝까지 충성을 했고, 사람은 배신을 했다? 과연 그럴까? 개와 사람이 어떻게 같은가? 개는 먹이를 주는 주인이 농부가 아니라 강도였더라도 마찬가지로 맹목적 복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라나 자신의 무엇이 옳고 그런지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사리분별력이 생기게 되고, 아무리 자신을 먹이고 잎혀주는 부모라 하더라도 맹목적인 복종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짐승과 주관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간의 차이다.
그 농부부부는 선량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하늘이 보내주었다고 생각했을 물에서 주운 아들을 극직히 사랑했을 것이다. 아들이 농사를 지으며 아내늘 맞고 손자를 낳고 자신들은 물러나, 봉양을 받기를 꿈꾸면서. 그러나 아들은 이런 농부의 꿈을 무참히 배신하고 집을 나갔다. 목숨을 구해준 자신을 배신하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밖에 나가 성공해서 다시 고향을 찾아 부모를 봉양하게 되었을까? 아니면 비참하게 실패하여 파멸하였을까? 아니면 큰 성공을 이룬후 고향의 부모를 그리워만 하면서 끝내 돌아가지 못했을까? 그 결과에 따라, 사람들은 그 아들은 다시 나쁜놈과 좋은 놈으로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집을 나간 그 아들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슨 상관이랴. 그 아들의 생각이 집을 나가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보겠다는 생각은, 그 아들이 끝까지 자신을 살려준 부모를 봉양하면서 살아가겠다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하는 것 아닐까? 나는 그 아들이 집을 떠나지 않고, 남아서 부모를 봉양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그 아들을 칭찬하고 싶지 않다. 그 아들이 과연 스스로 주체적 판단에 의해서 부모를 봉양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구해준 부모를 봉양하면서 사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개가 맹목적으로 주인에게 복종하듯 하지않고, 그 집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은 욕망을 스스로의 의지와 결단에 의해 극복하고 부모를 봉양하였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 사람에게는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사람이 본능에 따라 사는 짐승과 다른 점이다.
에릭 포럼이라는 사회심리학자의 이야기를 빌자면, 문제는 소유냐 존재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개를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식이라도 소유할 수 없다. 죽어있는 것만 소유할 뿐이지 살아 있는 것은 소유할 수 없다. 존재는 존재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해야한다. 인간은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산자락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그것을 꺽어와 꽃병에 꽃아두는 것이 아니다. 그 산자락에 피어있는 그 꽃 그대로, 그 산자락의 바람과 풀벌레 소리 햇볕 한줌까지 있는 그대로 둘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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