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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되돌아 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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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678회 작성일 01-06-2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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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되돌아 보는 삶
글쓴이:백남해공동대표(용잠성당주임신부)2001-06-26 01:20:00





백남해공동대표(용잠성당주임신부)

사제직을 수행하다 보면 많은 죽음을 지켜보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맞이하는 죽음, 수를 누릴 만큼 누렸다 싶은 죽음, 사고를 당해 졸지에 떠나는 죽음, 잠자리에 들었다가 편안하게 떠나는 죽음, 병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겪다가 맞이하는 죽음 등. 여러 모습의 죽음을 지켜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보살핍니다.

몇 년 전, 새벽에 급한 연락을 받고 찾아간 아파트에는 한 할머니의 쓸쓸한 죽음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12평 작은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오신 할머니였습니다. 가느다란 숨을 놓을 듯 하시면서도 신부를 알아보고는 손을 꼭 쥐었습니다. 이미 희미해진 눈 속에는 80평생을 살아온 모든 순간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회한과 눈물의 시간, 기쁘고 행복했던 모든 순간들이 조용히 전해 졌습니다. 얼마간 말이 없던 할머니는 편안히 눈을 감았습니다. 남은 자식이나 재산은 없었지만 할머니의 삶은 죽은 다음에 빛이 났습니다. 할머니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던 모든 사람이 먼저 나서서 장례를 치르고 기도하며 슬퍼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였습니다.

꽤 부유하게 여겨지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지켜 본 적이 있습니다. 젊은 날, 어떤 방탕을 즐겼는지 느껴 질 것 같은 분이었습니다. 죽음을 지키며 둘러선 가족들은 별 말이 없고 그다지 슬퍼하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죽은 후에도 조문객은 많았으나 대부분 안면 때문에 찾았다 싶을 뿐이었습니다.

작년 봄 30대 중반의 여성이 교통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일이 있습니다. 제가 거제에서 일할 때 함께 노동 운동을 하였던 분입니다. 눈이 맑고 늘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젊은 날의 열정을 노동 문화 운동에 쏟아 부었던 분입니다. 거제의 노동자들은 아직도 그 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혼인 주례를 하였던 분이 신혼 여행지에서 사고로 죽는 바람에 장례 미사를 드린 일이 있습니다. 아주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젊은 신부는 장례 미사 내내 울었고 어떠한 위로의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군종으로 있던 선배 신부님의 죽음이 생각납니다. 늦은 밤에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라 사람들은 무척 놀랐습니다. 특히 사회 참여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고, 사람들을 끄는 카리스마 같은 것이 있던 분이었습니다. 제대를 하면 할 일이 많다고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시민운동을 오래한 분이라면 다 알만한 분입니다. 지금도 가끔 시민운동에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면 그 선배 신부님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여러 가지 죽음들을 지켜보고 떠나 보내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사람의 살고 죽음이 단순히 육체적인 것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죽었으나 살았으나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따뜻해야 합니다. 육체적으로 살아 있고 아무리 재물이 많다하더라도, 그 이름을 듣는 사람마다 얼굴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친다면 그는 진정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세상을 떠나 우리 곁에 없지만,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마음이 훈훈해 진다면 그는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살아 서나 죽어서나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하게 남기를 바랍니다.

2000년의 마지막 달에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면서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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