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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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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672회 작성일 01-06-26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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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글쓴이:이영주(희망연대고문,전교조경남지부장)2001-06-26 01:09:00
며칠 전 올 여름까지 근무했던 전임교를 우연히 찾아간 일이 있었다. 이 학교는 의령의 산간 벽촌에 있는 전교생이 27명에 불과한 초미니 분교이다. 그 날은 마침 가을 소풍에 관하여 의논을 하고 있었는데 한참 생각을 나누다 내린 결론은 이렇다.


“벽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빌려 대도시 구경을 시켜 주고싶은데 그러자면 관광버스 한 대가 필요하나 학부모의 형편이 대부분 어렵다. 따라서 우리 교사들이 얼마씩 추렴하여 그 경비를 마련하자.” 일반적 학교 관행에 익숙한 사람들로서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만한 결정이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는 그다지 특이한 것이 아니다. 지난 봄 소풍 때에는 동창회 선배들의 도움을 얻어서 대도시 구경을 갔다 왔다.


벽지학교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 학교 역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결손 가정이 많다. 도시로 나간 사람들이 형편이 어려워지자 자식들을 고향에 데리고 와서 노부모에게 맡긴 경우도 있고, IMF로 가정이 아예 깨어진 경우도 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생활보호 대상자가 많다. 교통이 불편한 산골이라 별다른 산업이나 공장이 있을 리 없고, 굽이굽이 산골이라 논밭도 적고 토질도 척박하여 제대로 되는 농산물도 없다. 그래서 모두다 한결같이 가난하다.


생활보호대상자 자녀에게는 교육청의 지원으로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한다. 이렇게 점심 지원을 받는 아이들이 전교생의 절반 가까이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도시락과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나란히 펴놓고 다정히 함께 점심을 먹는다.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받는다 하여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고 집에서 도시락을 싸왔다고 하여 우월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살림살이란 것이 그렇고 그렇다는 것을 아이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아이들의 공부에는 관심들이 많다.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집에서는 만사를 제치고 나와 준다. 농번기가 지나면 학부모들이 배구 팀을 짜서 교사들에게 도전하러 오기도 한다. 소풍이나 운동회 날에는 학생 수만큼의 학부모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음식을 마련하여 교사들을 접대한다. 이런 경우에도 교사들은 크게 마음에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모처럼 다 함께 즐기는 만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학교에는 교사들의 사택이 있다. 말이 사택이지 시설 수준은 형편이 없다. 사택 건물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곳이 공동 화장실이다. 오죽했으면 여름에 놀러온 사람들이 화장실을 사택으로 생각하고 사택을 화장실로 오인했을까·


그런데도 이 사택에 살면서 근무하는 교사가 전체 교사의 절반인 네 명이나 되고 분교장인 교감과 교무가 일주일에 한 번씩 숙식을 하면서 학교와 아이들을 지킨다. 불편하기만한 사택이지만 가족 못지 않은 정을 느낄 수 있기에 누구하나 불평하는 이가 없다. 참으로 따뜻한 사택인 것이다.


끝으로 좀 더 특별한 일은, 전 교사가 한 명도 빠짐없이 전교조에 가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학교와 아이들 걱정엔 관리자와 전교조 교사가 따로 없다.


전교조가 창궐(?)하면 학교가 황폐화 될 것이라는 우려의 얘기가 일부에서 나오기도 했었다. 이 작고 외진 학교에서 이렇게 열심히 생활하는 전교조교사들과 곳곳의 학교에서 올바른 교육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수많은 전교조 교사들을 보고도 그런 말을 과연 할 수 있을지 묻고싶다.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이 학교의 학부모와 교사와 학생들이 우려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혹시 이 공동체의 요람이 사라질까 하는 일이다. 특히 외지에 유학을 보낸 아이를 다시 고향으로 데려오고 싶은 학부모는 더 애가 탄다. 평범하고 선량한 그 곳의 사람들이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의 작은 학교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주어진 환경과 제도가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학교는 분명히 사람이 살만한 곳이 될 수 있다.


학교가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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