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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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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931회 작성일 01-06-2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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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글쓴이:김영만 (고문, 전 상임대표)2001-06-26 01:01:00
김영만 (고문, 전 상임대표)

남북이산가족 상봉장면을 보면서 제 어머니 돌아가신 이후 가장 많이 울었습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우리는 분단으로 소중한 것들을 너무나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가능하다면 하루빨리 다시 찾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할 것들입니다. 그 중에 '동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남한에서 거의 들어볼 수 없는 말, '동무'는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주 자연스럽게 쓰여졌던 말입니다.
동무는 그냥 친구를 이르는 말만이 아니라 말동무, 길동무, 글동무, 잠동무, 술동무, 쌈동무, 씨동무, 어깨동무 등등 인간들이 만나고 어울리고 부딪기며 정을 나누던 사람냄새 물씬나는 세상을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 증등 학교 음악교과서에도 '동무생각' '동무들아 오너라' '나가자 동무들아' 등등의 노래 제목에서부터 어떤 노랫말에도 '동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였지요.

이렇게 대접받던 '동무'가 어느 날 박정희 군사쿠데타정권이 등장하면서 신세가 고달파지기 시작했습니다.
5.16이후 거리의 담벼락과 전붓대마다 덕지덕지 붙여놓은 반공포스터 중에 '간첩 식별요령 10가지' 라는 게 있었는데 기억나는 대로 한 두 가지 예를 들면 '바짓가랑이가 물에 젖어 새벽에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 '대화 도중 동무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동무라는 말을 쓰는 게 좀 꺼림칙해지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으로 숨통을 조인 것은 '아바이 동무' '어마이 동무' 어쩌고 하는 반공영화와 라디오 드라마였습니다.
드디어 70년대 들어와서는 친구들과 술김에 "어이, 김동무! 박동무!" 하는 말장난을 하다가 국가보안법에 걸려 인생을 망친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남한에선 '동무'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반대로 북한에서는 본래의 뜻에다가 정치사상적인 의미까지 보태져 그야말로 '동무세상'이 되었지요.
그러나 이제,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과 함께 이념대립으로 어처구니없는 수난을 당했던 '동무'도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우리민족이 수천 년을 사랑과 정으로 보듬어 왔던 말, '동무'를 다시 살려 써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슴 속에 숱하게 그어 놓았던 삼팔선 하나 하나 걷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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