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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는 제 집을 지고 다니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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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752회 작성일 01-06-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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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할만한 시대
글쓴이:백남해2001-06-26 01:00:00
'집게'는 제 집을 지고 다니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하지만 밤늦게 서둘러 집으로 갈 필요가 없으니 편하기도 하겠습니다. ‘집게’는 자라면서 몸에 맞는 고둥 껍데기를 찾아서 이사를 다닙니다. 누구든지 제 살집을 가진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특히 우리네 서민들은 한평생 작은 집 한 칸 마련하려고 아등바등합니다.

집이란 재창조의 공간이며, 쉼 자리입니다. 사람은 제집에서 편안해집니다. 흔히 멀리 놀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집이 최고라고 말합니다. 집은 숨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입니다. 누구든지 사람은 제 집에서 철저히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지으려고 합니다.

성서에 예수님께서는 지혜로운 이는 튼튼한 반석 위에 집을 짓는다고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부실한 기초는 재앙의 원인이 됩니다. 부실한 집짓기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삼풍백화점이 말해주고, 성수대교가 보여줍니다. 부실한 집을 짓는 것은 단순히 건축 자재의 부실 뿐 아니라 ‘정신의 부재’, ‘정신의 부실’을 말합니다. 특히 무엇인가를 기념하여 집을 짓는다는 것은 참으로 신중해야 할 일입니다. 그 기념하는 인물이 진정 기념할 만한지 세세히,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더구나 그 인물이 한 국가나, 한 지역의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조심성은 더해져야 합니다.

단순히 무엇 한가지를 잘한다면(골프나 야구? 축구?노래, 심지어 글쓰기나 그림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념되는 인물의 재주 뿐 아니라 삶과 정신에 매료된다면 크고 훌륭한 기념관을 지어 그 국가나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자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 한가지 잘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전체인 것처럼 여기게 된다면 부실한 집짓기의 시작이 되어버립니다. 폭력을 휘둘러서 운동만 잘하면 그만. 강간을 해도 글만 잘 쓰면 그만. 사기를 쳐도 그림만 잘 그리면 그만. 뭐 하나만 잘하면,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인정된다면 세상은 재주만 넘치고 진실이 죽어버리는 얄팍한 집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것은 돈만 많으면 불법이라도 빠져날갈 수 있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정당화시키는 꼴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기념관이 아니라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비극관’이 되어버립니다.

재물이나 사람의 재주가 내가 노력하여 얻은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모두가 신의 선물입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며 올바르게 쓰여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선물도 남용하게 되면 흉기가 되는 것입니다.

가히 이 시대는 기념관의 시대입니다. 이 또한 기념할 만한 일입니다. 어느때 보다 기념관을 짓겠다는 주장이 많은 적이 없었습니다. 모두 훌륭한 분이어서 기념관이 지어지고 그 정신이 널리 퍼져 인간을 이롭게 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옥석을 가리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

가톨릭에는 ‘성인’이라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느님을 위해 평생을 사시거나 목숨을 바치는 분들을 높여 받드는 이름입니다. 그러나 성인을 가리어 내는 일이 얼마나 신중한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기념이란 참으로 신중해야 합니다.

8월 21일자 경남도민일보 /창원용잠성당 신부 /희망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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