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정원식과 황철곤
지난달 29일에 있었던 ‘조두남기념관’개관식 ‘폭력’은 사실 애교스럽 기도 하다. 아름다운 폭력이란 없겠지만, 폭력도 그 나름이 있지 않겠는가 해서이다. 이렇게 보면 그날 ‘폭력’의 원인이 됐던 ‘조두남 친일’문제 도 그 성격이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려보는 인내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당시 시민단체의 몇 사람이 행한 폭력은 직접 황철곤 마산시장의 신 체일부를 가격한 것이 아닌, 밀가루 투척이란 간접 접촉의 경우였다.
▼이맘때인 지난 91년 6월 3일 저녁,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학생이 교수를 집단폭행한 것인데 그 폭력이란 것도 악성(惡性)이 너무나 지독한 것이었다. 우르르 달려들어 두들겨 패 고, 끌고 다니고, 발길질을 해댄 것이다. 밀가루도 뿌렸는데 거기다 계란까 지 던져 교수의 얼굴은 온통 밀가루반죽에다 얻은 맞은 자국들로 얼룩져 형 언하기 곤란할 지경이었다.
▼그 교수는 김영삼 정부 때의 정원식 국무총리였다. 그는 갑작스런 총 리 발령으로 마지막 수업을 못해 강의하려고 학교에 들렀었다. 그러나 학생 회 간부 중심의 폭력집단은 정 총리가 수업중인데도 몰려들어 복도에서 술 렁댔고, 서둘러 나오는 정 총리에게 “전교조를 왜 탄압하느냐”며 서슴없 이 폭력을 행사, 총리 경호원들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이 참혹한 장면 은 당일 9시 TV뉴스로 전국에 생생하게 보도됐는데 모두 ‘패륜’이라며 분 개했었다.
▼황 시장은 거기에 비하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시민단체가 행한 폭 력이란 기실 ‘밀가루 투척과 현수막 훼손’에 불과하니 말이다. 게다가 황 시장이 이번 일로 혼자서 미소를 지어야할 게 하나 있지 않나싶다. 정치 인에게 시민 동정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당 일 9시 뉴스로 전국에 보도됐는데, 보는 사람마다 ‘황 시장 안됐다’는 반 응일색이었다. 사실 鄭, 黃 두 사람이 개인잘못으로 그런 봉변을 당해야 했 던 것도 아니었다. 지난주 황 시장이 ‘폭력구속자’석방탄원서를 냈다니 잘된 일이라 생각되며, 구속자들도 곧 풀려나지 않을까 싶다. 허도학 논설위원 dhhur@knnews.co.kr 200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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