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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와 조두남,그리고 마산시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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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민기 댓글 0건 조회 1,067회 작성일 03-06-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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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차민기
선구자'와 조두남,그리고 마산시의 변명
2003-06-10 10:17:00
문화노트]‘선구자’와 조두남, 그리고 마산시의 변명


차민기(문학평론가·경남대 인문학부 강사) /




용역회사 탓은 책임 회피용...전문적 문화행정가 절실

‘조두남’이라는 이름 석 자가 한 여름날의 폭풍처럼 이 갯가 마을을 뒤흔들고 있다.

내가 ‘선구자’라는 노래를 처음 배운 것은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농투사니로 평생을 살다 가신 할아버지는 시골로 놀러 온 어린 손주의 손을 잡고 선구자를 흥얼거리시면서 참외며 수박을 따다 원두막으로 올려 주셨다. 방학이 끝날 즈음, 시골로 나를 데리러 오시던 아버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산길 10리를 넘으실 때마다 선구자를 몇 번씩이나 부르셨다. 선구자는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의 애창곡이 되었다. 그 덕택에 나는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던 ‘선구자’를 남보다 빨리 익혀 부를 수 있었고, 학창시절 내내 그 노래는 나의 애창곡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그렇게 들어오고 불러왔던 그 노래가 이 갯가 마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도 나는 최근의 논란을 통해서야 알았다.

요즘 조두남 선생의 부왜(附倭) 행적에 대한 논란이 점점 더 격해지는 가운데, 그 노랫말을 쓴 윤해영의 뚜렷한 부왜 행적이 제기되면서, 조두남기념관 논란은 ‘선구자 안 부르기 운동’으로 확산될 분위기이다.

‘선구자 안 부르기 운동’은 10여년 전, 오양호 교수(인천대)가 이 노래의 노랫말을 쓴 윤해영을 연구하면서 그의 부왜 행적을 밝혀낸 데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정부에서도 광복열사들의 뜻을 기리는 행사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기가 막힌 건 이처럼 부왜 행적이 뚜렷한 인물이 조두남기념관에 버젓이 광복투사처럼 선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전시 설계 용역 회사에서 만들어 온 전시안을 지역 음악계의 자문을 받아 그대로 결정했다”라는 ‘마산시 문화공보담당관’의 답변(6월 7일자 경남도민일보 기사 참조)은 책임을 ‘전시 설계 용역 회사’에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또 거기에 덧붙여 “공무원이 그것까지 파악하긴 어렵고, 그럴만한 여력도 없다”라는 말은 담당 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나약함마저 드러내는 듯해 못내 안타깝다.

시가 말한 ‘자문을 청한 지역 음악계’는 대체 어느 집단을 일컫는 것일까? 또 ‘전시 설계 용역 회사에서 만들어 온 전시안’은 어떤 자료를 기준으로 만든 것일까? 못내 궁금한 것이 많다. ‘여력이 없다’는 담당 공무원의 말에도 공감이 간다.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이로서 모든 사안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발품을 들이고 머리를 모으면 좀 더 나은 자료들을 찾을 수 있고, 좀 더 객관적인 사실들을 마련할 수 있다.

조두남기념관 문제만 하더라도 윤해영이라는 이름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그의 부왜 행적을 짚어놓은 기사들을 여기저기서 손쉽게 찾아 읽을 수 있었을 터이다. “윤해영의 부왜 혐의에 대해 미처 (자세하게)조사하지 못했다”는 시 문화공보담당관의 말은 그 흔한 인터넷도 한 번 뒤적여 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관이 주도하는 여러 가지 문화행사들이 알맹이 없는 쭉정이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어 온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왜 그럴까· 내실을 다지기엔 담당 공무원들의 여력이 없다는 말만으로 문제를 피해갈 순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시 당국의 문화행정이 공무원들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전문적인 문화행정가를 내세워 일을 꾸려 가면 될 일이다.

성근 자료조사와 왜곡된 전시물로 일을 두 번, 세 번 거푸 하는 것보다 전문적인 문화살림꾼 하나 두는 일이 예산절감 차원에서도 훨씬 경제적이며 일의 차림새에 있어서도 보기가 좋다. 지금 당장 전문 문화행정가를 두기 힘들다면 적어도 시의 문화 담당공무원들은 해당 지역에서 문화행정에 대해, 또는 지역 문화에 대해 발품을 팔며 제대로 고민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정도는 분명히 파악하고 있어야 할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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