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바른 역사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시민단체에서 세운 안내판들이 마구 훼손되었다. 열린사회희망연대(의장 김영만)가 중심이 되어 2000년 5월 16일 마산시 회원2동 회원천 옆에 세운 '5.16 혁명기념탑 안내판'과 2002년 마산시 신포동 바닷가에 세운 '김주열 시신 인양지점' 안내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영만 의장은 3.15를 앞두고 기념사업을 펼치기 위해 최근 이들 지역을 둘러본 뒤, 안내판들이 훼손된 사실을 알고 분개했다. 김 의장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찌그러뜨리고 뽑아낸 게 분명하다"면서 "열사정신이 찌그러지고, 민주주의가 뽑혀져 나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5.16 군사혁명기념탑] 두 개 안내판 중 철거 주장 것만 넘어져
| | ▲ 마산시 회원2동에 있는 '5.16 군사혁명기념탑' 관련 안내문 2개. 왼쪽은 열린사회희망연대가 2000년 5월 16일 '철거'를 주장하며 세운 안내판인데 뿌리가 뽑혀진 채 넘어져 있고, 오른쪽 안내판은 1999년 11월 하문식 마산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회원2동 주민들이 보존을 주장하며 세운 안내판이다. | |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 |
1961년 일어난 5.16 군사혁명을 기리기 위해 60년대 말에 세워진 탑이다. 당시 마산시 회원2동 일대에는 노재현 전 국방장관의 집안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노 전 장관은 5.16 당시 부대 사단장으로 있었고, 육참총장(1972~1975)과 합참의장(1975~1977)을 거쳐 박정희 정권 말기(1977년 12월~1979년 12월) 국방장관을 지냈다.
이 탑은 노씨 집안의 모임인 '난정회'에서 세웠다. 민주화 이후 시민단체에서는 탑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1999년 10월 18일, '부마항쟁'이 마산에서 일어난 날(10.18)을 기념해 탑을 철거했다. 당시 회원들은 탑을 하천에 버린 뒤, 정을 쪼아 일부 글자를 뭉개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지역사회가 들끓기 시작했으며, 마산 회원2동 주민들이 탑 보존회(회장 하문식, 현 마산시의회 의장)를 만들어 탑을 다시 세웠다. 보존회는 탑을 다시 세우게 된 내역을 담은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 | | ▲ 5.16 군사혁명기념탑. 이 탑은 박정희 정권 말기에 국방장관을 지낸 노재현씨 집안에서 5.16을 찬양하며 세운 탑이다. | |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 거기에는 "열린사회희망연대에서 유신 잔재를 청산한다는 이유로 비문을 훼손 철거하였다"며 "영광의 역사든 오욕의 역사든 우리의 소중한 역사이기에 길이 보존하여 반면교사로 나라발전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다시 세운다"고 해놓았다.
2000년 5월 16일,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민주시민 516인'의 이름으로 그 옆에 또 하나의 안내판이 세워졌다. 거기에는 "5.16 군사쿠데타는 마산의 3.15 의거가 촉발시킨 4.19 혁명 이후 막 피어나는 민주주의의 싹을 무참히 짓밟고 말았다 … 군사쿠데타를 찬양하는 기념탑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가에 버젓이 서 있었다는 것은 마산시민의 수치스러운 일이라 생각하고 이 탑을 쓰러뜨려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라고 해놓았다.
또 거기에는 "이 탑은 5.16 당시 모 부대 사단장으로 복무하고 있던 노씨 성을 가진 장군의 집안에서 군사 쿠데타 세력에게 더할 나위 없는 찬사를 바치는 글을 지어 바쳤다, 이 탑을 세운 '난정회'는 그(노씨) 집안 화수회의 명칭이었고 이후 그 장군은 승승장구 출세의 길을 달려 온갖 영화를 한 몸에 누렸다"고 밝혀 놓았다.
현재 '5.16 군사혁명기념탑' 옆에는 두 개의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데, 보존회에서 세운 안내문은 글자가 일부 뭉개지기는 했지만 반듯하게 세워져 있지만, 시민단체에서 세운 안내문은 뽑혀진 채 넘어져 있다.
이 곳 주민들도 안내판이 언제 뽑혀졌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하문식 의장은 "넘어진 줄 모른다, 동사무소에 이야기를 해서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산시 회원2동사무소 관계자는 "안내판을 별도로 관리는 하지 않는데, 넘어졌는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만 의장은 "탑을 보존하자는 안내판은 그대로 있는데, 철거하자는 안내판만 넘어졌는데, 시멘트로 단단하게 박아놓았던 안내판이 자연스럽게 넘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누군가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했던 민주주의가 뽑혀져 나간 느낌이 들어 씁쓸하고, 조만간 안내판을 다시 손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주열 시신 인양 지점] 2002년 세웠으나 최근 찌그러져
| | | ▲ 옆으로 찌그러진 '김주열 시신 인양 지점' 안내판. 이 안내판 뒤 철망에는 '수영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 |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002년 4월 19일 마산 바닷가 옆에 고 김주열 열사를 기리는 안내판을 세웠다. 당시 열린사회희망연대는 마산시에 표지석 건립을 제안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자 자체적으로 세운 것이다.
안내판은 마산시 신포동 1가 53번지 도로변에, 사람 키 높이로 세워졌다. 1960년 4월 11일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모습으로 떠오른 고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인양된 바다 앞이다. 안내판 바로 앞에는 대한통운의 자재창고가 있다.
거기에는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일어난 역사의 현장에 조그만 표지판이라도 하나 세워 마산시민의 의기와 김주열의 죽음을 되새기며 3.15, 4.19에서 산화한 모든 민주영령들의 뜻을 함께 기리고자 한다"며 안내판을 세운 배경을 설명해 놓았다.
이 안내판 바로 옆 철망에는 '수영 금지'라는 안내판이 최근 붙여졌다. '수영 금지' 안내판은 '김주열 안내판' 바로 뒤에 붙어 있는데, '수영 금지' 안내판을 어느 기관에서 붙였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 곳 바다는 마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관할하고 있으며, 도로는 마산시가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김주열 안내판'이 왼쪽으로 넘어진 상태로 있고, 바닥은 시멘트가 갈라져 있다. 김영만 의장은 "수영금지 안내판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김주열 안내판을 찌그러뜨린 것으로 짐작되지만 추측만 할 뿐이다"면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안내판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안내판이 세워진 곳은 도로 부지로, 관리는 마산시에서 하고 있기에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 말했다. 마산시청 관계자도 "모르는 일"이라 말했다.
| | ▲ 김영만 의장이 고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인양된 마산 앞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 의장은 조만간 마산만이 매립되더라도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인양된 지점은 보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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