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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상의'성불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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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중조 댓글 0건 조회 1,347회 작성일 03-06-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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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상의'성불사의 밤'
글쓴이:홍중조2003-06-20 08:36:00
고금산책
성불사의 밤


홍중조(논설실장) /




성불사(成佛寺)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성불사의 밤>은 남녀노소가 언제든지 부를 수 있는 가곡으로서 너무나 유명하다. 또한 노랫말을 읊조려도 고색창연한 산사의 정경을 떠올리게 한다. 1931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아어(雅語)와 고어를 써서 길손의 심경을 잘 드러낸 시조문학의 백미라 하겠다. 지은이가 바로 마산출신 노산 이은상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줄 안다. 어디까지나 뛰어난 문학성을 지닌 <성불사의 밤>을 폄하하고자하는 의도는 전연 없다. 무엇보다도 항일투쟁한 사찰이 많은데도 왜 하필이면 성불사라는 절을 제목으로 붙였을까 하는데 있다. 하기야 시작(詩作)을 하는데 있어서 주제설정이나 제재선택 등은 작가의 몫이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함은 성불사에만 국한시켜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선율에 가려진 역사적 사실

솔직히 말해 ‘성불사’ 하면 운치있는 산사의 이미지보다 악머구리 들끓듯이 민족혼과 불교를 팔아먹은 친일 대처승들이 우글거린 소굴로 연상돼 참으로 개운찮다. 아니 분노마저 치민다. 과연 성불사는 어떤 절인가를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성불사는 황해도 황주군 주남면 천성산에 위치한 사찰이다. 여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이 절은 일제강점기에 가장 먼저 친일에 앞장선 31본산의 하나로 꼽힌다. 악명 높은 주지 이보담(李寶潭)은 일찍이 친일에 의존하는 불교연구회를 조직한 장본이이었다. 그는 일본 정토종파인 이노우에(井上玄眞)의 영향을 받아 정토종을 표방하고 나섰다. 정토종에서 만든 ‘정토종교회장(淨土宗敎會章)’의 배지를 불자들에게 강제로 달게하는 친일주구노릇을 충실히 해냈다. 그 후 이보담은 1918년 2월 총독부의 인가를 받아 황해도 대본산 주지로 앉게된다.

그의 숱한 친일행각 중 특이한 것은 탁발보국(托鉢報國)을 최초로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탁발이란 석가모니가 음식을 집집마다 다니며 바루에 얻어다 끼니를 떼우며 수행에만 전념한데서 유래된다. 전래된 고유의 탁발이 어이없게도 친일을 위한 데에 악용되었으니 두 주먹으로 복장을 치고도 남을 일이다. 한갓 웃음거리일 수밖에 없는 탁발보국은 1939년부터 3년에 걸쳐 여러 차례나 벌였다. 성불사관내 17여개 사찰에서 총 1179원 92전을 탁발로 모금한 그 아까운 재화를 고스란히 국방헌금으로 바쳤으니 천추에 씻을 수 없는 오욕을 저지르고만 것이다.

성불사를 시발로 한 탁발보국은 위로는 흥남 포교당, 아래쪽은 부산사원연합회 등 전국으로 파급되기도 했다. 더욱 분노를 치밀게하는 것은 창씨개명에 이보담은 그 누구보다도 맨 앞장에 섰다는데 있다. 올 5월 자민당 정조회장 아소다로 라는 작자가 일제때 창씨개명은 한국민이 원해서였다고 망언을 늘어놓은 것이 새삼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있는 가슴을 또 한번 짓누르고 말았다. 어쩌면 역설적이긴 하지만 그럴 수 있겠다고 여겨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시 1300여개 사찰 중에 이보담을 비롯한 31본사 주지들이 자발적으로 창씨개명에 앞장섰으니 아소다로의 말이 수긍이 가기도 한다. 뻔뻔스럽게도 이보담은 기무라 호단(木村寶潭)으로 창씨개명을 해 적극적인 친일행위로 이어나갔다. 이뿐 아니다. 중·일전쟁이 한창인 1939년을 맞아 성불사에서는 부처님 앞에 전몰 한·일군 장병들의 영령을 위해 천도식을 거행하는가 하면 일군의 무운장구 기원식을 특별히 봉행해 법석을 떠는 등 해괴한 짓거리를 서슴지 않았다.

일본 정토종 전진기지 ‘성불사’

이렇듯 이보담이 27년을 주지로 있었던 성불사야말로 정통불교의 법맥을 끊어버린 일본 정토종의 전진기지가 아니던가.

게다가 민족혼을 송두리째 팔아서 일제의 충견노릇을 다해 온 친일대처승과 그들을 따르던 사이비 불자들의 소굴임에 틀림이 없음을 우리는 주목해야만 한다.

으레 ‘가곡의 밤’을 비롯한 각종 음악회가 열리면 ‘성불사의 밤’을 연주하는 것이 다반사다. 가슴을 파고드는 비장감 어린 선율이나 호소력 짙은 풍부한 성악가의 성량을 접하면 애틋한 정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민통합의 정신적 근간이요 민족정체성을 살리는 영원한 주제인 역사 앞에서는 숨겨진 사실을 남김없이 밝혀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때문에 성불사의 밤을 부르더라도 그 역사적 사실만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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