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괴뢰정권이었던 만주국의 기관지 <만선일보> 1942년 2월 6일자에 실린 청마 유치환(1908~1967·사진)의 친일 산문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가 첫 공개되면서 2008년 청마탄생 100주년을 앞둔 통영과 거제 등 지역문학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19일자 3면 보도>
특히 친일인명사전을 편찬 중인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가 1차 명단에서 빠진 유치환을 향후 포함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키로 한 반면, 통영예총은 100주년 기념사업을 그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글을 발굴·공개한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박태일 교수는 "청마의 시 작품을 둘러싼 친일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이번처럼 완전한 산문형식의 글이 발견된 것은 친일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청마는 이 글에서 일본의 태평양 침략전쟁의 의의와 그것을 저지르는 '제국'의 위대함을 찬양하고 '황국신민'으로서 국가에 의지할 것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며 "'황국 일본'이라는 존재 위에 예술가가 있음을 강조하는 등 일제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찬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치환을 둘러싼 친일논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그의 형인 극작가 유치진이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의 '친일인명사전 1차 명단'에 수록된 반면 그는 제외됐었다.
따라서 그동안 청마의 친일시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산문글 발견은 향후 친일인명사전 수록 2차 명단에 친일문인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은 "유치환의 친일혐의가 분명히 있지만 사실 확인이 안돼 1차 명단에서 빠졌는데, 이번 박 교수의 산문글 공개로 친일행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마의 문학의식과 활동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치단체나 예총 등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재정 낭비성 행사를 기획하고 개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통영예총을 중심으로 지역 예술계는 내년도 청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대표시 '깃발'을 본뜬 대규모 깃발축제를 비롯해 '청마가 만주로 간 까닭은'이라는 주제로 문인·연극·음악·무용협회가 함께 개막 퓨전드라마 등 다양한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청마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통영시와 청마문학회는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청마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정해룡 통영예총 회장은 "산문은 원고지가 10매 이상이어야 하는데, 원고지 2매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친일로 본다는 것은 무리"라면서 "당시 만주 문인들이 쓰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쓸 수 밖에 없었다"며 유치환을 옹호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의 상황을 보면 (이 정도 산문글은) 아주 미미한 것이고, 문체도 청마의 글이 아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내년 청마 100주년 기념사업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