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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남기념관 사태는 '역사의식 부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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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주모 댓글 0건 조회 986회 작성일 03-06-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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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남기념관 사태는 '역사의식 부재 탓'
글쓴이:구주모2003-06-06 14:26:00
조두남기념관 사태는 ‘역사의식 부재 탓'




[구주모 칼럼]역사와 소통

EBS ‘한국영화특선’은 가까운 과거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조잡한 화면과 성우의 과장된 억양이 거슬리기는 해도, 특선 시리즈는 눈물나는 진실을 보여준다.

며칠전 늦은 밤 우연히 대면한 <쌀>도 그중 하나다. 신상옥 감독, 신영균 최은희 주연의 이 영화는 보릿고개가 천형인양 여겨지던 시절, 굶주리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 농토개간에 나선 어느 상이용사의 처절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의 아비는 ‘윤기나는 쌀밥 한 그릇 먹어보는게 소원’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이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나간다. 아비의 죽음은 주인공을 분노의 불구덩이로 내몬다. 영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EBS ‘한국영화특선’ 을 보고

불과 30~40년 전에 있었던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다. 도민일보 5면에는 당시의 시대상을 한올 한올 땀을 따듯 엮어내는 <슬픈 고향>이 연재되고 있다. 민중들의 고통받는 삶이 너무나 생생해, 독자들을 전율케 한다.

보릿고개 시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엄연히 존재했던’보릿고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끼니를 걱정하지 않게된 지금 ‘웬 보릿고개 타령’이라고 말할진 모르나, 그때의 아픔은 2003년 6월 초입에 서있는 우리를 ‘원초적으로’진지하게 만든다. 한민족의 주곡인 쌀은 이렇게 가까운 역사를 되새김질 하는 가운데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나라 쌀이 경제적인 비교우위에서 외국산에 떨어진다는 식의 접근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각계 각층의 이해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요즘, 사람들은 ‘그래도 먹고 살만한’2003년의 잣대로 모든 사안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럴 일이 있고 그렇게 해선 안될 일이 있다. 최근 마산에서 발생한 조두남 기념관 개관 마찰사태는 2003년의 시각으로만 문제를 바라보는, ‘역사의식 부재’를 잘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이다.

마산시는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친일의혹’을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개관식을 저지한 그들의 무례한 행동(?)을 나무랐다.

사건이 터지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시민단체의 무례에 더 큰 무게를 두는 양시양비론도 등장했다. “검증을 거치자는 시민단체 주장에 수긍하는듯한 태도를 보이던 시가 이를 깡그리 무시한 것도 문제지만, 밀가루를 동원한 시민단체의 행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

6월 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 수련회에 참석했던 날, 조두남 기념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우회적으로 제시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위원은 참석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 만주에 간 적이 있다. 만주벌판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넓었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을 보고 대한독립을 위해 일본군에 쫓기던 독립군들의 고난이 책에 기록된 것보다 훨씬 심했을 것이라는 상상이 들었다. 도대체 몸을 숨길 언덕배기 하나 없는 그 공간에서 일본군에게 추격을 당하던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만주를 보고나니 친일문제 만큼은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옛 사실(史實)을 뼈저리게 느끼기 어려운 지금, 그는 만주라는‘공간’을 통해 제대로 된 역사를 체험한 셈이다. 진실이 번득이는 이 발언은 두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역사를 외면한 채 기념관 문제를 다루면 안 된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기념관이라는 역사공간이 그 자체로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만주라는 역사 공간

조두남 기념관 문제는 2003년 6월의 시각으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조두남이 살았던 시대를 다시 살피고, 그 환경속에서 그가 과연 친일부역을 했는가 하는 사실을 정확하게 고증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다. 만약 우리가 지금 이런 일을 소홀히 한다면, 불과 10년만 지나더라도 2003년의 진실은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역사의 숨결이 스며들지 않은 2013년의 잣대로 2003년을 평가할 때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리 만무하지 않은가.

밀가루를 동원한 시민단체의 오만함보다 더 오만한 것은 역사를 두려워 하지 않는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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