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혐의를 받고 있는 유치환 시인을 추념하는 편지쓰기대회가 국고 지원을 받아 열리자 전교조와 시민단체가 행사 취소와 함께 지원금 반환을 주장하고 나섰다.
통영문인협회는 오는 10월 2일 청마문학관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청마 추념 편지쓰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전국 초중고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며 유치환의 문학과 삶에 대한 편지를 써서 통영 중앙우체국에 직접 보내는 행사다. 통영문인협회는 중앙우체국을 유치환의 이름을 딴 '청마우체국'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통영문인협회에 이번 행사비로 국고 4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통영문인협회는 통영교육청과 관내 초중고 교장 앞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 학생들에게 홍보해 줄 것과 함께 참여를 권유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교조와 시민단체에서 반발하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친일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추념하는 편지를 쓰게 하는 것이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다. 문화관광부가 사업의 타당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전교조, 친일청산시민행동연대 "행사 불참 권유할 것"
전교조와 친일청산시민행동연대(준)에서는 통영지역 학교에 행사 불참을 권유하는 공문을 내기로 하고, 국고 지원금의 반환을 요청하기로 했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의장은 "유치환의 친일혐의가 부각되고 있는 속에 행사를 벌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 "시민단체에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도 통영문인협회는 들은 체 만 체 행사를 하고 있어 뻔뻔스럽다"고 말했다.
신종규 전교조 경남지부 대변인은 "해당 지회를 통해 사태를 파악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친일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추념하면서 편지를 쓰는 행사에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비교육적이기에 회원 교사를 상대로 불참하도록 알릴 것"이라 말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경남지부 관계자는 "문인단체에서 단순히 문인을 기린다는 의미에만 매몰되어 비교육적인 행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 국고지원 "앞으로는 신중하게 하겠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예술진흥과 관계자는 "올해초 자치단체를 통해 지원금 요청이 있어 자체 심의를 거쳐 결정했다"면서 "국고를 지원한 행사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지원금 결정은 '청마'라는 점보다는 지방 문학행사 지원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앞으로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통영시교육청 관계자는 "통영문인협회에서 교육장 앞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왔다. 문협에서 각급 학교장 앞으로도 공문을 이미 발송한 상태이기에 별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영문인협회 사무국장 김순철씨는 "청마 선생이 친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문화관광부로부터 국고 지원까지 받았기에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
유치환은 친일시 <전야>와 <북두성>을 썼으며, 최근에는 일제 관변단체였던 '만주협화회'에 근무했던 기록이 드러났다.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협력과 저항>이라는 책에서 "유치환의 친일은 뚜렷하고 자발적이었다"고 서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