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정국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 반민족특별위원회가 꾸려지긴 했지만 그 꿈은 무너져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은 친일분자가 떵떵거리는 세상이 됐다.
해방 60년을 바라보는 오늘이지만 예술, 문학, 정치, 경제 각계에 똬리 틀고 있는 이들의 과오와 반성을 이끌어 내고 새로운 역사의 장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일이 밝혀지거나 의혹을 사고 있는 예술인, 문인들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추진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
이 같이 들끓는 기대에 맞춰 지역에서 친일문학 전문가인 김재용(오른쪽) 원광대 교수의 ‘협력과 저항-청마 유치환의 친일 작품과 활동’이라는 주제로 내달 2일 오후 7시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초청강연이 열린다.
내달 2일 경남도민일보 강당서 ‘협력과 저항…’ 초청강연
이 강연은 지난 24일 친일청산을 위해 결성된 ‘친일청산시민행동연대준비위원회(위원장 김영만)’와 경남도민일보가 공동 주최한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 하느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로 시작해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로 끝마치는 이 시를 한 번쯤 가슴 아련한 기억 속의 연애편지에 인용해보았을 것이다.
이 시는 유치환의 ‘행복’. 누구나 한번쯤 접해봤겠지만 유치환 시인이 친일 시를 썼다는 이야기는 생소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세상에는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그를 기리는 상과 문학관을 세우고, 이 시에 나오는 우체국을 그의 호를 따 ‘청마우체국’이라 이름을 짓는다고 난리다. 또 거제시와 통영시가 서로 출생지를 놓고 벌이는 싸움은 그의 친일진상을 아는 이에게는 꼴사납다.
김재용 교수는 지난 7일자 〈한겨레〉기고 ‘유치환의 친일 행적들’에서 유치환 시인의 친일논란을 일축했다.
“친일 하지 않았다” 는 잘못 기고·저서서 문제 제기
그는 유치환의 학병 지원을 촉구한 ‘전야’라는 시에 대해 “‘화려한 새날의 향연이 예언’되는 역사의 전야에 조선 출신의 학병들이 정복과 승리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취지의 이 시는 당시 학병 특집으로 마련된 〈춘추〉 1943년 12월호에 발표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유치환이 친일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친인문학 연구는 최근 출간된 〈협력과 저항〉에서 잘 나타난다. 친일에 동참한 ‘협력’작가로 서정주·채만식·최정희·송영을, ‘저항’작가로 김기림·한설야·김사량을 꼽고 있다.
이어 그는 ‘친일은 어쩔 수 없었다’, ‘친일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문학적 업적으로 친일을 덮을 수 있다’는 식의 논리에 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친일 협력했던 이들보다 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 엄연한 문학사적 현실이다.” 그의 말에서도 드러나듯이 그의 연구는 친일문학뿐만 아니라 저항문학에도 깊이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