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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독재협력자 이름 딴 '기념관'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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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마이뉴스 댓글 0건 조회 629회 작성일 04-01-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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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독재협력자 이름 딴 '기념관'에 철퇴
글쓴이:오마이뉴스2004-01-04 19:30:00
친일-독재협력자 이름 딴 '기념관'에 철퇴
마산시 시민위원회 결정...'마산음악관' '마산문학관'으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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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시 시민위원회는 8일 오후 마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두남기념관과 노산문학관의 명칭을 마산음악관과 마산문학관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3 오마이뉴스 윤성효
일제하 친일반민족자나 독재정권 협력자의 이름이나 호를 딴 기념관 건립이 시민들의 결의로 철퇴를 맞았다. 이번 사례는 향후 유사한 인물의 기념관 건립에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산지역 시민단체 모임은 친일혐의가 드러난 작곡가 조두남(1912~1984)의 이름을 딴 '조두남기념관'과 과거 독재정권에 협력한 문인 이은상(1903~1982)의 호를 딴 '노산문학관'의 명칭을 각각 '마산음악관'과 '마산문학관'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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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두남(왼쪽)과 이은상.
ⓒ2003 경남도민일보
16명으로 구성된 '마산시 시민위원회'(위원장 남부희)는 8일 오후 2시 마산시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민위원회는 '마산음악관'을 "기존 기념관과 연계하여 시민·학생들의 음악적 창작·연구·음악발표·연주를 위한 적정한 실내음악관으로 조속히 건립"하고 "향후 음악관은 조두남의 음악적 유품은 물론이고 앞으로 마산 출신 음악가들의 음악·예술적 업적을 기념하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마산문학관'은 "기존 설계를 일부 변경하여 노산의 문학적 유품은 물론이고 마산 출신 문학인들의 문학·예술적 업적을 기념하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시민위원회는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두 사람의 관련 자료에 대한 기초적인 분석과 검토를 했고, △자료 검증과정을 통한 방증조사와 확인작업을 거쳤으며, △기존에 제출된 자료 외의 정황과 증언청취, △위원들 간의 의사개진과 심도있는 논쟁이 있었다고 밝혔다.

남부희 위원장은 발표문을 통해 "조사과정에서 조두남씨의 유족으로부터 기념관 명칭문제는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면서, "다만 조두남 선생의 명예에 더 이상의 손상은 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민위원회의 이같은 결정으로 5년간 끌어온 두 기념관(문학관)의 명칭 문제가 일단락됐다. 마산시는 이같은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들여 기념관(문학관) 정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부희 위원장 "이번 결정은 하늘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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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희 위원장
ⓒ2003 오마이뉴스 윤성효
결정문을 발표한 남부희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마산문학관이나 마산음악관에 전시될 음악인(문인) 선정은 어떻게 하는가?
"그 문제는 앞으로 마산시가 결정할 문제다. 단지 위원회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은 곤란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 시민위원회의 결정과 관련해 마산시장이 별도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보는지?
"그동안 5년을 끌어온 논쟁이었다. 이 문제는 행정도, 시장도, 도지사도, 대통령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였다. 단지 시민의 손으로만 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시민의 뜻은 곧 하늘의 뜻으로 봐야 한다. 시민 절대다수의 찬성은 아니겠지만 최대공약수를 찾은 것이다. 마산시민의 얼을 살리는 일로, 마산시와 시의회도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마산음악관'에 조두남의 유품을 전시할 경우 친일 혐의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고 보는지?
"시민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고 시장이 판단할 문제다. 시민위원회의 공통된 의견은 과거 행적인 친일문제가 아무리 깊다고 하더라도 고인의 음악적 성과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마산음악관'에는 가곡 <선구자>비가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는 윤해영에 대해서도 언급해 놓았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시민위원회의 대체적인 의견은 그 비에 윤해영의 이름은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견해다."

- 가곡 <선구자>는 조두남이 표절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런 비를 그냥 두는 게 맞다고 보는지? 그리고 애초부터 '마산음악관'이었다면 선구자비는 필요가 없었다고 보지 않는지?
"명칭도 바뀌고 했다. 고인의 음악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어떻게든 비문은 해결되어야 한다. 마산시장이 판단할 문제다."

- 조두남의 유족측이 유품을 가져가겠다고 했다가 다시 시민위원회와 합의를 한 것으로 아는데, 그 부분을 설명해 달라?
"처음에 시민위원회의 결정과정을 유족들에게 먼저 설명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민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신문에 나와 유족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유족들은 인간적 배신감까지 나타냈다. 지난 주 토요일 유족을 만났는데, 유족들은 시민위원회를 믿고 그 뜻에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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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9일 개관식 때 밀가루를 뒤짚어 쓴 황철곤 마산시장. 열린사회희망연대는 개관식 며칠 전부터 현장에서 개관식에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2003 오마이뉴스 윤성효
열린사회희망연대 '환영' 성명... '선구자비' 철거 등 요구

이은상과 조두남의 이름을 딴 기념관 건립에 줄곧 반대운동을 벌여온 열린사회희망연대(공동대표 김영만 백남해 육관응 법광)는 8일 "일단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희망연대는 "시민위원회가 두 기념관의 명칭을 폐기, 변경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친일, 친독재 문제와 관련하여 하나의 중요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 밝혔다.

또 희망연대는 "마산시민들은 그 동안 잃어버린 3.15, 10.18 정신을 되찾아 일제와 독재에 항거하다 희생된 영령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시민들로 다시 설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

그리고 이 단체는 마산시와 시의회의 사과를 요구했다. 성명에서는 "시와 시의회는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드려 처음부터 잘못 결정된 기념관 사업을 과감하게 취소, 변경하고 마산시장은 그동안 잘못 진행된 기념사업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신선한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희망연대는 '조두남기념관'에 설치된 윤해영의 '선구자비'를 즉각 철거할 것과 북마산 3.15 기념비와 함께 나란히 설치해 놓은 '은상이 샘'의 분리 처리를 제기했다.

[경과] 2000년 논란부터 2003년 종지부 찍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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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이은상문학관 건립에 반대하며 1인시위를 열기도 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

이은상과 조두남의 이름을 딴 기념관(문학관)에 대한 논란은 2001년부터 시작되었다. 마산시가 지역의 인물을 기리는 시설물을 만들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논란의 시발부터 종지부를 찍기까지의 과정을 더듬어 보면 다음과 같다.

[이은상 논란] 이은상의 호를 딴 '노산 문학관' 건립 논란은 2000년부터 일기 시작했다. 마산시가 노비산어린이공원에 문학관을 짓기로 하고, 사업비 18억원 가운데 국비 10억원을 문화관광부에 요청했던 것이다. 마산시는 이듬해 다시 국비를 요청하면서 공사를 강행했다.

마산시는 '노산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를 두었으며, 이은상의 호를 딴 문학관 건립에 대해 지역 시조시인이 주로 찬성했다. 경남시조문학회는 기관지 <경남시조>를 내면서 특집으로 다뤄, 이은상의 문학적 업적이 뛰어나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열린사회희망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공사를 해서는 안된다며 성명서를 내고,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은상은 일제시대 행적이 의심스럽고 과거 독재정권에 빌붙어 자신의 영달을 꾀한 인물로 3.15 정신에 어긋난다"는 게 반대명분이었다.

이은상의 친일과 독재협력 논란은 계속되었다. 이런 속에 마산시의 요청에 따라 자료 조사에 나섰던 경남시사랑문화인협의회(회장 이성모)는 "자료와 의견서를 통해 이은상이 마산 3.15 의거 전후에 독재에 협력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주화 열망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정황이 매우 뚜렷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노산문학관'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으로 해야 한다는 제안다.

[조두남 논란] 조두남 기념관은 2001년 11월 착공되어 2003년 5월 완공됐다. 마산시가 총 10억4000만원을 들여 구항근린공원에 1만1700여㎡ 터에 기념관과 흉상, 기념비, 해란강, 일송정까지 짓기로 한 것이다.

착공 당시 언론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곡 <선구자>의 작곡가"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추켜세웠다. 당시 한 신문의 보도 내용을 보면, "선생은 1912년 평양에서 태어나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만주 등지서 활동하다 광복 후 서울에서 창작활동을 하던 중 한국전쟁 발발로 마산에 정착, 제자들을 양성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그런데 조두남에 대해 친일 혐의가 제기되었다. 건물이 거의 다 완공될 즈음인 2002년 12월이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대표 김영만)가 당시 중국 연변작가 류연산씨의 주장을 근거로, 기념관 개관을 중단하고 조두남의 친일행적부터 먼저 밝혀야 한다고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런 속에 마산시와 시의회는 2003년 기념관 개관 계획을 세웠다. 당시 시 관계자는 "이후라도 친일행적이 드러난다면 친일행적도 기념관에 담아 자료화하겠다"고 했지만, 개관 반대측에서는 '조두남'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제기했다.

논란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올해 5월 29일 개관식이 열렸다. 개관식장에서 열린사회희망연대 관계자들이 황철곤 마산시장을 향해 밀가루를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개관식장이 엉망인 속에 개관식은 마쳤지만, 그날 저녁 예정되었던 기념공연도 취소되었고, 마산시는 기념관을 잠정폐쇄했다.

밀가루 투척사건으로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 7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김영만 대표 등은 구속되기도 했다. 1심에서 이들은 유죄가 선고되었으며, 현재 항소한 상태다. 구속자가 생기자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논란을 매듭짓지 않고 개관을 강행한 마산시를 비난하는 성명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이런 속에 조두남이 작곡했다는 가곡 <선구자>가 표절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선구자> 표절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는데, 기념관 논란으로 다시 확인된 것이다. 조두남의 <선구자>는 1922년 박태준이 작곡한 <님과 함께>를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마산시는 올해 7월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도 참여한 가운데 공동조사단을 꾸려 중국 연변에서 조사활동을 벌였다. 공동조사단은 8월 28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두남은 친일 혐의가 짙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산시는 이은상의 호를 딴 '노산문학관'과 '조두남 기념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시민위원회에서 판단하도록 했다. 시민위원회는 8일 여러 해 동안 논란을 빚었던 두 사안에 대해 종지부를 찍는 결정을 내렸다. / 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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