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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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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민일보-정우영(자치행정부장 댓글 0건 조회 682회 작성일 03-09-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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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도민일보-정우영(자치행정부장)2003-09-22 21:01:00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된다



정우영(자치행정부장) /




[정우영 칼럼]마산시의 조두남기념관·노산문학관 처리를 지켜보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두남 선생의 친일행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말 친일의혹이 제기된 이후 중국 연변지역에서 조사활동을 벌여온 공동조사단이 ‘친일혐의가 짙은 음악가’라고 규정한 것이다. 공동조사단은 지난달 28일 보고를 통해 선생이 해방직전인 1944년 친일작사자로 알려진 윤해영과 함께 음악활동하고 친일곡 ‘징병령의 만세’와 악극 ‘스파이가 날뛴다’에 곡을 붙인 혐의가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그의 명작 ‘선구자’의 주인공 선구자 역시 항일독립투사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만주제국 개척자를 의미하는 용어라는 증언도 채록했다.

조두남 기념관 어떻게 할건가

유족들은 소위 ‘물증’이 확보되지 않은만큼 사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증언도 광의적 의미에서 하나의 실체를 인정하는 물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어쨌든 공동조사단이 밝힌 선생의 과거행적은 크게 색다른 것은 아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을 뿐 큰 가닥은 조사 이전에 이미 세상에 알려졌던 것들이다.

다만 공식기구를 통해 조사·발표됐기 때문에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제의 발단이 세금을 들여 만든 기념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당국이 기념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당국은 공동조사단의 조사보고서와 그들이 채록한 증언·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조만간 처리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일단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결정이 간단치만은 않을 것 같다.

당장 유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물증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폐관할 수 밖에 없다면 사전 조사없이 서둘러 기념관을 세운 시민적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여기에 투입된 예산과 행정적 낭비에 따른 관계 공무원과 결재권자의 책임문제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선생의 과거행적에 대한 실체와는 무관하게 그동안 고인과 유족에 끼친 누와 명예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 고인과 유족에 더 큰 상처를 줘서도, 또 다른 논란의 소지를 만들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조사단이 꾸려진 배경과 조사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처음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민주성지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굳건히 지켜지고 훗날 시민들의 자존에도 부끄럼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또 우리는 이 기회에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는 노산문학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은 최근 문학관의 명칭문제를 놓고 문학관의 명칭을 지은 추진위에 다시 맡기려다 무산되자 시민판관들에게 의뢰하려다 이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당국은 명칭문제와 무관하게 수년전에 그려놓은 문학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목해야할 점은 문학관의 명칭을 강요하다시피하고 또 서둘러 공사를 진척시키는 것이 급한게 아니라는 점이다.

독재부역 등 과거행적에 있어 조두남 선생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까닭이다. 더구나 문학관은 당장 시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줄 만큼 급한 사업도 아니다. 따라서 문학관 건립에 앞서 반드시 그에 대한 면밀하고 공인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기념관 문제와 같은 또 다른 행정적 낭비와 시민적 갈등의 소지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노산문학관을 고민해보자

우리가 누차 이 난을 통해 노산의 독재부역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의 인생을 폄훼하고 그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았든 일부러 물고늘어질 이유도 없고 그의 명예를 폄훼할 자격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3·15의 주범인 자유당 독재에 부역한 혐의가 인정되고 자유민주주의의 국시를 훼손한 군부독재 정권에 아부한 흔적이 드러난다면 시민의 세금으로 그런 사람을 기념할 이유가 없다는데 있다.

조두남 기념관은 이미 지어졌다. 마산시는 나중에 돌아올 책임을 회피할 요량으로 조사결과를 왜곡하거나 유리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해석하고 판단하되 역사와 시민의 뜻을 존중하며 기념관의 활용방안을 숙고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노산문학관 역시 일을 벌여놓고 수습할 게 아니라 사전에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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