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남 기념관 사태와 관련, 경남대 민교협 소속 교수 30여명과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구현 사제단이 발표한 성명은 ‘의혹을 규명하지 않은 채’기념관을 세운 것이 잘못된 행위임을 다시한번 입증하고 있다. 민교협 교수들은 “의혹을 확실하게 규명한 후 기념관을 개관하는 게 옳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제단은 “열린사회 희망연대가 친일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담자들을 구속하고 벌과금을 부과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민교협과 사제단이 이례적으로 지역의 특정 현안에 대해 공식성명을 발표한 것은 조두남 기념관 문제가 마산이라는 지역에 국한된 ‘지엽적인 사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조두남 기념관은 지금까지 지역현안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던 기득권 세력과, 과거청산을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나가려는 사람들이 정면으로 충돌한 지점에 존재한다. 이는 마산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21세기 한국이 겪고 있는 진통이기도 하다.
따라서 민교협과 사제단의 성명은 더이상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친일 의혹’을 규명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밀가루 소동’으로 오도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교협과 사제단이 그렇게 할일 없는 사람들의 단체가 아니라면, 마산시는 이 시점에서 조두남 기념관에 대한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현재 가닥이 잡히고 있는 조사단 구성이 끝나고, 조사단이 의미있는 결과를 내놓기 전에는 재개관을 들먹거리지 않아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성명 릴레이는 민교협과 사제단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