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관 선생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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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두현 댓글 0건 조회 4,159회 작성일 05-12-15 11:10본문
| 이선관 선생님을 생각하며 | ||||||||||||
| 밥 한 끼, 막걸리 한 잔 대접해 드리지 못했을까... | ||||||||||||
| 남두현 | ||||||||||||
| 이선관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어릴 때 약을 잘못 먹어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사셨지만, 그 몸의 불편함이 마음의 자유로움까지 묶지는 못했다. 아니, 오히려 몸이 불편하셨기에 더욱더 치열하게 자유로움을 추구하셨는지 모른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도서관운동 차원에서 뜻을 모아 운영하던 남성동 책사랑에 가면 늘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좀 무심한 성격이어서, 자주 만나면서도 밥 한 끼, 술 한 잔 제대로 챙겨 드리지도 못했다.
그런 무심한 사람에게 선생님은 늘 어눌한 말투로 그날그날의 관심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셨지만, 나하고 생각도 좀 다른 것 같아 건성으로 듣고 건성으로 대답하곤 했다. 그때 왜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을까? 밥 한 끼, 막걸리 한 잔 대접해 드리지 못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게 아려온다. 대화나 토론이 아니라, 선생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누가 들어주기를 바랐을 뿐인데도. 사실, 선생님께서 70년대 초 무분별한 공업화로 마산 앞바다가 오염되어가는 것을 고발한 ‘독수대’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오염의 심각성을 고발한 ‘시’로서 화제에 올렸지만, 환경을 파괴하면서 이루어지는 경제성장에 대한 본질적 성찰과 고민은 애써 피하려 했다. 친환경적 경제성장이란 것은, 적어도 그 당시에는 모순이거나 오물을 치우지 않고 횟가루를 뿌려 덮어두려는 식의 눈가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자본주의 상품경제라는 것은 소비자의 욕망을 끝임 없이 자극하여 수요를 창출해야만 돌아가는 체제다. 이러한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에, 욕망의 억제를 전제로 하는 친환경적 생각은 어찌 보면, 속세로부터 벗어난 수행자의 삶이 아니라면, 친환경 유기농산물이 구매력이 있는 계층에게만 공급되고, 구매력이 없는 계층은 갈수록 오염되어 가는 농산물을 섭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합리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도 있다. 이선관선생님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칫 환경 절대주의, 환경상업주의가가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으셨지만, 특유의 직관력으로 통찰해 내곤 했다. 사실 환경이니 사회개혁이니 하는 것은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마음먹기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끊없이 욕망을 만들어 내고 그 욕망을 얻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체제 내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고, 그 욕망을 소유하고 나면 또 다른 욕망이 나타나고 또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쫓기듯 살아가는 순환고리에서 한발 물러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경쟁과 빠름의 세상을 벗어나진 못할지라도 그것에 빠져버리지 말고, 조화와 느림의 여유로움도 누려보는 것. 똑똑한 사람과 둔한 사람, 육신이 온전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이 어울려 즐거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온전한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 때문에 생각은 뻔하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일을, 이선관 선생님은 오히려 불편한 몸을 가졌기에 생각과 실천을 같이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한번 나고 한번 죽는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바람이 일어 파도가 일어났다 바람이 잦아지면 파도가 사라지듯 하는 무상한 인생. 무상(無常)하다는 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 호수의 파도가 인(호수의 물)과 연(바람)에 의해 형성된 것일 뿐 파도는 실체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무상함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온갖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몸과 마음이 만들어 내는 욕망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어쩌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바람은 불고 호수에는 파도가 잦아들지 않는다.
이선관 선생님, 정말 무상한 게 인생입니다. 무상하기 때문에 눈앞의 욕망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과 얽혀 있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선생님은 바로 그렇게 하셨습니다. 선생님을 추모하는 파도도 곧 잦아들고 또 다른 욕망이 일으키는 파도가 내 마음을 흔들겠지만, 아마 가끔씩 삶이 고단할 때면 육신의 굴레 속에서도 오히려 마음이 더욱 자유로우셨던 선생님의 기억이 자주 날 것 같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저를 잡고 얘기하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대강 알겠습니다. 선생님은 답을 원하려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셨을 뿐이었는데... 이선관 선생님, 저도 이 세상에는 답이 있는 것보다, 답이 없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부디 육신의 옷을 벗고 홀가분하게 날아다니며 좋은 데 많이 구경 다니시다 가끔은 마산의 후배들의 술자리에 자리하소서. 그때는 제가 맘껏 선생님의 잔을 채워드리겠습니다. 후배 남두현 드림 | ||||||||||||
| 2005-12-15 11:10 | ||||||||||||
| 2005-12-15ⓒ희망연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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