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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철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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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199회 작성일 07-01-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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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철아, 안녕
종철이가 죽은지 20년이 지났습니다
남두현   
20070115165721_park.jpg
▲ 종철아, 네 맑은 눈동자가 보고 싶었던 세상을 아직도 만들지 못했단다.
2007-01-15ⓒhopenews


... ...

내 머리는 종철이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 속 삼키지 못한 응어리 있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박 종 철

... ...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종철아 안녕.

-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에 빗대어


안녕, 종철아.

종철이,한열이가 이땅의 민주주의의 제단에 바쳐진지 20년이 지났다. 어제는 종철이가 물고문으로 죽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0주기 추모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잊어 버린것 같다. 대학1학년 '종철이'의 죽음으로 시작된 87년 유월의 그 위대한 민주항쟁이 이제 퇴색한 신문쪼가리처럼 잊혀져 버린 것 같다.

우리말에는 같은 단어가 상황에 따라 정반대의 뜻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 내일 봐, 안녕'은 헤어짐의 안녕이고
'이게 몇년 만이야,안녕' 의 안녕은 만남의 안녕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프랑소아즈 사강이 18살에 3주만에 쓴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교양소설이 있었다. 열일곱 살의 주인공으로 형상화되는 세실의 모습을 통해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부도덕하게 여겨질 정도로 개방적인 인생관을 아주 적나라하게 그려 보임으로써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사강은 젊은 세대의 우상이 되었다.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Bonjovr Tristesse)이라는 소설을 언급하는 이유는 제목속의 의 안녕은 불어로 봉쥬르(불어로 헬로라는 뜻)지 아듀(불어로 굳바이라는 뜻)가 아니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사춘기를 거쳐 어른이 되어가면서, 어릴때 아름답게 보였던 것들이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깨닿고 고통과 아픔 속에서 슬픔과 정면으로 맞서며 어른이 되어간다.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트나 헤세의 데미안처럼...)

그러나, 나는 피터팬처럼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다.
너를 뜨거운 가슴으로 맞을 수도, 너를 뛰어넘어 네가 이루고 싶었던 사람사는 세상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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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6월9일 경찰이 쏜 직격 최루탄을 맞은 이한열은 한 달뒤 끝내 숨졌다.
2007-01-16ⓒhopenews


종철아.

네가 그 억울한 죽음을 당한지 벌써 20년이 지났고, 그동안 오랜동안 너를 까마득히 잊고 살았구나.
이제 20년이 지나 살아남은 자들이 눈꼽도 때지 않은 눈으로 두서없이 너를 기억하는구나. 나는 너를 기쁘게 맞을 수도, 깨끗이 잊어버릴 수도 없구나.

살아남아 네가 꿈구던 세상을 만들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네가 꿈구던 세상을 포기할 수도 없구나. 너를 죽였고, 광주의 수백명의 사람을 태워죽이고 찔러죽이고 베어죽였던 전두환의 이름을 딴 일해공원이 합천에서 추진되고 있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너에게 보내는 '안녕'이 봉쥬르인지 아듀인지 분명히 할 수 없구나. 어쩌면 두가지 다일 수도 있고 다 아닐수도 있고 오늘은 분명했는데 내일은 아닐수도 있다.

네가 간지 20년, 그래도 오늘은 너를 부르고 싶다. 너보다 무려 30년을 더 살았으면서도 제대로 이룬 것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남몰래 숨어서 부끄럽게 네 이름을 불러본다 타는 목마름으로 너를 불러본다.

종철아, 안녕.


2007-01-15 16:14
2007-01-15ⓒ희망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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