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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스승의 뒤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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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670회 작성일 06-08-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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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스승의 뒤를 따라서
나무실 이야기
서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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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홍, 시인
서정홍 회원은 제4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했다. 시집《58년 개띠》《아내에게 미안하다》《윗몸 일으키기》《우리집 밥상》등. 현재 경남생태귀농학교장을 맡고 있으며 황매산 자락, 작은 산골마을에서 농사지으며 자연과 함께 살고 있다.
2006-08-24ⓒhopenews
  무너져가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실정을 깨닫게 하고, 농사지으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것은 신문 기사 한 토막이었습니다. 1992년 무렵, 한겨레신문에 20년 남짓 우리밀이 한 톨도 생산되지 않았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우리가 먹은 밀가루 제품들이 모두 벌레도 안 먹는 수입 밀로 만들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도 농약과 방부제투성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수입 밀가루를 먹어서 놀란 것이 아니라, 수입 밀가루인지도 모르고 아이들한테 먹인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놀랐습니다. 수입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고 난 뒤, 앞으로 우리 아이들 몸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식구들 목숨을 이어주는 곡식이 누가 어떻게 생산하여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지 아무 생각 없이 살았습니다. 아니, 아무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습니다. 신문기사를 읽고 난 뒤, 이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입에 들어오는지 모른다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우리 목숨을 이어주는 음식인데 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생산했는지, 그 정도는 알아야 고마운 마음으로 밥상 앞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날부터 저는 처음으로 농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일을 하게 되면 농사를 짓든지 아니면 농촌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1996년 1월부터 가톨릭농민회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쁜 틈을 내어 일본과 쿠바에서 생활협동조합운동과 유기농업을 배우고 돌아와 우리 나라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사람을 만나야만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돌아다니면서 참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났습니다. 제가 만난 참 스승은 모두 농부였습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무지렁이(?) 농부였습니다. 농부들은 살림살이 가난했지만 마음은 넉넉했으며,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여유로웠습니다. ‘농가빚’에 시달려 괴로워하면서도 땅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으며, 온갖 자연 재해를 입으면서도 자연 앞에 고개 숙일 줄 알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스승(농부들)의 뒤를 따르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황매산 자락으로 들어와 농사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정성과 땀방울로 열일곱 평짜리 작은 흙집을 지었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보기에는 작을지 모르지만 제게는 너무 큰 집입니다. 칠팔 년 남짓 열세 평짜리 아파트에 두 가구 살던 때에 견주면 ‘대궐’입니다. 아내와 내가 칠년 동안 먹고 싶은 거 참아가며 모은 돈 이천만 원으로 지었습니다. 모자라는 공사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의 ‘은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집은 제가 살지만 제 집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의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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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매평전
2006-08-24ⓒnaver
  내가 도시에 살다가 산골마을에 들어와 농사짓고 사는 까닭은 행복하게 살다가 행복하게 죽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태껏 참 행복이 무언지 한 번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도시에서 오직 편리함만을 쫓아서 살아왔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쉬지 않고 부지런히 살았는데도 작고 허름한 집 한 채 가지지 못하고 떠돌아 다녔습니다. 사람답게 살려고 할수록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도시는 날이 갈수록 희망보다는 절망을, 행복보다는 불행을 안겨 주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나누고 섬기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 헐뜯고 속이며 서로 견주고 살지 않으면 버텨나갈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해 갔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다짐했습니다. 남의 논밭을 빌려서라도 농사짓고 살아야만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이 길이 아무리 불편하고 힘겨울지라도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사십팔 년 동안 도시에 살면서는 모르는 것도 바보처럼 아는 척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농부가 되고부터는 쥐꼬리만한 지식으로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도 저절로 풀렸으며, 가난하고 단순한 삶은 영혼을 맑게 했습니다. ‘하느님, 부처님 품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신비스럽고 즐겁습니다. 즐거움 속에서 일어나는 어려움과 갈등은, 자고 일어나 땅을 밟고 하늘을 한 번 쳐다보면 깨끗하게 풀립니다. 이것이 자연이 사람한테 주는 가장 위대한 힘이구나 싶습니다.     
  어느 누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좋은 말을 해서 남을 감동시켰다고 해도, 그 사람의 삶과 철학이 없을 때는 물거품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입니다. 내가 행복해야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듯이, 내가 변해야 남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진정한 혁명은 내부로부터 온다고 하지요. 그런데 요즘 세상 사람들은 자기는 변하지 않으면서 남이 변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남이 나 대신 ‘그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정이 뚝뚝 떨어집니다. 아무리 돈과 권력으로 때론 타고난 재주로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인간에게 따뜻한 정이 없으면 짐승과 다를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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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4ⓒnaver
  오늘도 태풍에 이리저리 넘어진 수수, 옥수수, 토마토, 고추, 벼, 오이 따위를 세우며 조금씩 조금씩 자연을 닮아가는 나를 봅니다. 남은 삶은 노인들이 지어준 곡식을 거지처럼 ‘얻어먹고’ 살아온 어리석음을 뉘우치면서 농사일에 온몸과 마음을 쏟을까 합니다. 농사짓는다는 것이 무어 특별한 일도 아니고 대단한 결심을 해야 하는 일도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언젠가는 누구나 꼭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꼭 해야만 할 일 가운데 첫 번째가 자기 손으로 땅을 갈고 씨를 뿌려 가꾸는 일입니다. 그래서 자기 손으로 밥상을 차리는 일입니다. ‘희망연대’ 회원님들과 함께 천천히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농촌의 문제는 곧 도시의 문제이며 이 나라와 전 인류의 문제입니다. 농촌을 살리는 길은 농민만을 위한 자선이 절대 아닙니다. 건강한 농촌이 있을 때 건강한 사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6-08-24 10:57
2006-08-24ⓒ희망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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