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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버려 둘 수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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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209회 작성일 06-02-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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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버려 둘 수 없겠니?
워드 열풍, 우리 속의 이중성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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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퍼볼 MVP로 선정된 하인즈 워드
2006-02-09ⓒnaver
하인즈 워드에 대해 아는 바라고는 그가 미국프로풋볼 선수이며 어머니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정도뿐이었다. 미루어 짐작컨대 이 땅에서 흑인 혼혈을 제대로 키워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나라, 기회의 땅으로의 이주를 결정했을 것이다. 이미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듯이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는 미국에 간 얼마 후 이혼을 하게 되고 요즘 말로 투잡, 아니 쓰리잡까지 불사하며 모진 고생 끝에 아들을 훌륭히 키워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도 그간에 두 모자가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자면 마음이 아파진다. 워드 그의 팔뚝에 새겨진 한글이름 문신에 가슴 뭉클해지는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이다. 그러나 감동적이고 자랑스러운 이면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워드가 미국프로풋볼 수퍼볼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자 하루아침에 한국 내 스타로 떠올랐다. 냄비 언론은 그의 눈물겨운 성장스토리까지 끌어다 붙이며 또 하나의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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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팔뚝에 새겨진 한글 이름 문신
2006-02-09ⓒnaver

뉴욕 한국 문화원은 워드가 국위를 선양했으니 정부차원의 예우가 있어야 한다 하고, 한 술 더 떠서 한나라당 정동화 의원은 워드 선수와 워드 선수 어머니의 소식은 6백만 재외동포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기쁨이라며 워드 선수의 어머니인 김영희씨에게 국민훈장을 수여할 것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 제안했단다. 이 사람들 확실히 오버하고 있다. 뜬금없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자. 일례로 혼혈인들은 지난 1972년 시행령 이후 군대에 가지 않게 되었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관상 명백한 혼혈아 및 부(父)의 가(家)에서 성장하지 아니한 혼혈아’는 제2국민역에 편입되어 병역을 면제받는다.
여기서는 면제가 아니라 제외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듯 하다. ‘외관상 명백한 혼혈아 및 부(父)의 가(家)에서 성장하지 아니한 혼혈아’ 이 짧은 구절 안에 혼혈인에 대한 무지몽매한 억압과 차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부계혈통의 가족제도와 반공이데올로기를 생각하면 이러한 법/제도가 잔존해 있는 게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그리고 병역법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면 명백한 성인인데 어찌하여 혼혈‘아’인지, 법조문이 무슨 유행가 가사도 아닐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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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 노동자 추방반대 - 작년 5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2006-02-09ⓒnaver
혼혈인에 대한 이 나라의 양면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찬란한 5천년 역사를 이어온 ‘단일민족’의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튀기’들이라며 사람취급도 안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예우에 훈장인가? 부끄러움을 안다면 이렇게까지 호들갑 떨지는 않을 것이다. 서구인들의 인종차별을 두고 비분강개하지만 혼혈인에 대한 시각부터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그것까지 우리나라 사람들만 한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천대해 마지않던 흑인‘튀기’(같은 혼혈이라도 백인혼혈에 대한 시선은 또 다르다.)가 미국의 영웅이 되자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모아 용비어천가를 불러댄다. 한국계 미국인이란다. 어느새 자랑스러운 한국인? 실소만 나올 뿐이다. 그의 성장배경, 어머니의 고생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다. 사실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나라가 여태껏 혼혈인들에 보여 왔던 태도를 돌이켜 보면 다만 입이 쓸 뿐이다. 오늘의 워드열풍은 인종주의, 출세주의, 국수주의가 절묘하게 배합된 작품이 아닐는지... ‘억울하면 출세하라.’ 바로 그것이 아닌지 하여...

그의 성공에 대해 칭송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에 앞서 우리 주변의 혼혈인, 이주노동자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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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상희 회원은 현재 진주에 거주하며 아이 둘을 키우는 40세 전업주부이다.
2006-02-09 18:07
2006-02-09ⓒ희망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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