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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성과 사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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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343회 작성일 05-08-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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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성과 사랑 (1)
"제 1회 행복한 만남의 날"을 통해본 장애인의 어려움
백남해   
5월의 신부가 화사한 얼굴로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시집가는 신부가 너무 웃으면 딸을 낳는다는데... 하긴 딸, 아들 구별할 일은 아니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에 창 밖을 내다봅니다.
호텔의 같은 층, 한쪽 연회장에서는 잘 차려 입은 신랑과 계절에 어울리는 신부의 결혼식이 축복 속에 열리고 있습니다. 그 옆, 내가 서성이며 거푸 몇 잔의 녹차를 들이킨 연회장안 정면 벽 쪽에 "제 1회, 행복한 만남! -장애인·비장애인 만남의 날-"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석 달 전부터 준비한 '미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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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에 쓸려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하트 모양
2005-08-03ⓒhopenews

#1. 만남

두 달 전(설레임과 기다림의 시간들), 행사 참가 신청서에 이름을 적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싱글벙글하던 남성 장애인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마 '미팅'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터일 것입니다. 아니 교제를 전제로 하는 이성과의 만남이 처음일 것입니다.
시쳇말로 "뭔가 건수를 하나 올려서 좋은 이성 친구를 만들 수 있다면... 흐뭇^^"한 마음으로 참가 신청서의 빈칸들을 채워나갑니다. 옆에서 볼펜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던 친구가 괜스레 옆구리를 툭 칩니다. 무슨 일이냐며 입을 삐죽이며 쳐다보자 눈을 찡긋합니다.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나봅니다. 신청서를 들여다보던 내 입가에도 어느새 미소가 번집니다. "내가 1년만 젊었어도..."라며 등짝을 툭 치자, "관장님은 우리 라이벌이라서 안 끼워줍니더"라며 피식 웃습니다. 몇몇 친구들이 따라 웃습니다. 모두 기분이 좋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성 참가 신청자들은 그럭저럭 모였는데, 여성 참가 신청자가 별로 없습니다. 남녀 참가비율이 3:1... 큰일입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행사장에서 결투(?)라도 벌이면 어쩔지 걱정입니다. 여성장애인 단체에 연락도 해보고 여기저기 긴급 도움을 요청했지만 허사였습니다.
남성과 사회의 폭력에 시달려온 여성 장애인들의 불신이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것, 게다가 장애인이라는 것은 편견과 무시의 가장 좋은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한두 번의 행사나 말로써 바꿀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인정해야했습니다. 정신지체 여성 장애인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고 벌이는 파렴치하다 못해 극악무도한, 짐승 같은 남성들의 희롱에 희생당한 분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변명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턱없이 모자라는 일이지만, 이 땅에 사는 한 명의 남성으로써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여성 장애인 단체들은 그나마 왜곡된 사회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어렵지만 투쟁하고 있기에 마음을 열어나가는 중이었습니다. 더 큰 안타까움은 여성 장애인들의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분들은 마음이 더욱 닫혀있기 일쑤였습니다. 장애인이 그것도 여성 장애인이 함부로 사회에 나섰다가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우가 아닙니다. 여러 사건과 통계, 경험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회의 여러 곳, 여러 사람들 안에서 여성 장애인은 무시되어야하고, 그저 집구석에 콕 처박혀서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할 존재일 뿐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바꾸어나가기 위하여 "행복한 만남"을 준비하였지만 너무나 안이한 발상이었습니다.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제 1 회, 행복한 만남"은 그대로 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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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한 모습으로 장애인 체험활동을 하고 있는 어린이
2005-08-03ⓒhopenews

부족한 여성 참가자들은 복지관의 직원들과 사회복지학과 학생들로 대신하기로 하였습니다. 머뭇거리는 직원과 학생들을 모아 놓고 "여러분이 장애인들을 위해서 일하고, 장애인들 덕분에 밥벌이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인들과의 만남을 꺼려한다면, 세상사람 그 어느 누구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였습니다.
우리 복지관 직원 중에는 비 장애인으로써 장애인과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분도 있으며, 장애인으로써 비 장애인과 결혼하여 잘 사는 부부도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습니다. 이 후 직원들과 학생들은 어떤 사명감을 느꼈는지 태도가 자못 진지해졌으며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되어 가는데 참석자들이 다 오지를 않았습니다. 옆 연회장에서는 결혼식을 하느라 하객들이 우르르 몰려다녔고, 5월의 신부 보다 화창한 날씨는 타는 마음을 몰라주었습니다. 몇 분이 아직 오시지 않았지만 경남 지역에서 열리는 첫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결혼을 전제로 한 공식적인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결혼... 장애인의 결혼...

분량이 많아 이어지는 '직장과 성', '연계망'은 다음 회로 나누어 싣습니다.
2005-08-03 11:00
2005-08-03ⓒ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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