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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오의 영화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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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250회 작성일 05-07-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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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오의 영화 이야기 [2]
영화보기란....
서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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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 Live in Berlin
2005-07-03ⓒhopenews
오늘은 'The Wall' 에 대한 간단한 내용과 관련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려 했으나 지난 글에서 글의 목적과 지향점 등에 대한 부분이 너무 길었다는 판단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영화 줄거리가 어떻고, 감독이 누구이며,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하는 단편적인 영화소개는 Internet에도 많이 있으니 그런 것들은 다음에 기회가 닿는 대로 하기로 하고. 어쨌든 이 글은 하나의 영화에 대한 해설이 글의 목적이 아니므로 바로 내용에 들어가면 매끄러운 연결이 안 될 것 같아 다른 관점에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영화보기'란 무엇일까요? 과연 작가주의 감독이 만든 아주 의미심장한 내용에 분명한 Message 가 있는 영화만 좋은 영화일까요? Hollywood 산 블록버스터는 다 안 좋은 영화일까요? 평론가들이나 영화 소개 기사에서 엄청 좋은 영화인 줄 알고 봤더니 재미는 하나도 없고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래도 좋은 영화일까요?
분명한 것은 개인차가 당연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짜르트(W.A. Mozart) 나 베토벤(L.V. Beethoven)이 아무리 훌륭한 음악가라 한들 우리 어머니들이 나훈아나 이미자(존칭생략)보다 더 높게 인정해 줄까요? 음악이든 영화든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안목과 비판의식을 가지고 듣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The Wall'은 제게 있어 그 출발점이 된 작품이기에 개인적으로 중요하고, 할 얘기도 그 만큼 많은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저와 같은 문화적 충격이나 경험을 하라는 뜻도 아니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지루하고 따분한 영화중의 하나임은 틀림없으니까요. 대사라고는 겨우 몇 마디에, 당대 최고의 Progressive Rock Band 인 Pink Floyd의 음반하나를 통째로 영화로 만들었으니 어찌 보면 무슨 Music Video를 스무 편쯤 연속으로 보는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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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케인 (Citizen Kane)
2005-07-03ⓒhopenews

한 예로 오손 웰스(Orson Welles) 감독의 '시민 케인(Citizen Kane)'은 추천영화 순위에서 항상 상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영화입니다. 마치 음악순위에서 비틀즈(Beatles)의 'Yesterday'처럼 말이죠. 재미라고는 개뿔도 없었고 도대체 왜 이런 영화를 위대한 영화 목록 1순위에 올려놓았는지 아무리 보고, 얘기를 듣고, 책을 구해 읽어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상당수의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색다르게, 영화 관계자들이 이해하는 것만큼의 감동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사실 지금도 별 다를 건 없지만 그 당시 제 의식수준으로서는 당연했다고 생각됩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의식의 넓이, 생각의 폭. 제가 그렇게 좋다는 영화를 보고도 아무런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은 언제인가부터 나 자신의 '사고의 바다' 가 봉인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식발매 이후에도 가당찮은 가위질과 편집, 이상한 제목, 열악한 화질과 잘못된 번역 등등으로 인하여 그 작품의 참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왜 이런 영화를 공개적으로 볼 수 없냐는 점이었습니다. 그랬더라면 여러 사람과 토론도 가능하고 자료도 훨씬 쉽게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유신이나 군사독재 시절을 증오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말로는 번지르르하게 개인의 인격과 사고를 인정하는 것처럼 포장해놓고 실제로는 정권이 원하는 인간으로 알게 모르게 단순화, 고정화하는 세뇌작업을 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자랑스러운 단일민족이 어쩌고저쩌고 지껄여대며 앞으로는 왜색문화는 저급하니 뭐니 하며 일본식 문화와 단어 등을 배척하면서도 뒤로는 온갖 나쁜 것은 다 받아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오히려 왜곡된 모습까지 우리에게 보여줬습니다.
우리 세대가 어릴 때 본 만화영화, '마징가Z', '우주전함V호', '인조인간 캐산', '캔디', '은하철도999, '코난' 등등….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눈치로라도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게나 미워하라고 가르치던 일본의 작품임을 알았을 때의 그 허탈감과 배신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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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전함 야마토
((야마토의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그 속편이 제작되고 있답니다.(2006년 여름 개봉 예정)
2005-07-03ⓒhopenews

차라리 그냥 보여주지 말거나 그게 아니면 일본 작품임을 떳떳하게 밝히고 말지 등장인물과 지명을 우리 식으로 바꾼다고 그게 어디 우리 것이 됩니까? 그것뿐입니까! 주제가까지도 그대로 사용해 가사만 바꾸어 불러댔으니…. 쪽발이들이 얼마나 우리를 비웃었겠습니까?
그 당시의 어른들은 뭐가 그렇게 켕기고 자신이 없어 그 모든 것을 숨겨야 했을까요. 괜찮은 작품들조차 자기들 기준에 맞춰 사정없이 가위질해서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도 모를 만큼 너덜너덜 해진 작품을 보게 만들었을까요?
'우주전함 V호'의 원제목은 '우주전함 야마토' 입니다. 야마토라니! 야마토는 그들이 말하는 일본혼의 상징인 단어이며 2차대전 당시 독일의 ‘비스마르크’와 더불어 거함거포주의의 대표함정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군국주의의 자존심이었죠. 그렇게 바다 속으로 침몰한 망령인 수상함을 부활시켜 우주용 전투함으로 개조해 지구를 구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죠.
사실 그 감독의 작품 대부분이 알게 모르게 군국주의를 그리워하고 어떤 것은 아예 드러내 놓고 비호하고 있습니다.
'캐산'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기계군단의 대장은 사실 캐산의 아버지가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인공지능 기계였습니다. 그 인공지능의 계산으로는 지구상의 환경이 유지되고 깨끗해지려면 인간이라는 종의 말살만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스스로 무장하고 수하들을 생산해 인간을 죽이게 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섬뜩한 결론이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인간만큼 지구환경에 도움 안 되는 것이 또 있습니까?
'캐산'의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 냉철하게 짚고 넘어가며 우리와 아이들에게 환경파괴를 계속하면 나중에는 지구의 보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어느 정도 덧붙이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본 것은 그런 부분들은 쏙 빼버린 그저 그런 SF만화영화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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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마징가 제트 포스터
2005-07-03ⓒhopenews

이런 식으로 진실은 가려진 채 교묘하게 포장된 것들만 보고 듣고 했으니 어느새 그런 것들에 물들어 '진짜'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을 리가 없죠. 아직도 그런 어른들이 우리 사회에서 '내가 난데'하며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한 채 살아 있고 그 후인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공한 역사학계도 정말 중요한 것은 뒷전인 채 글자 하나의 해석과 유물 하나를 두고 매일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습니다. 막말로 그 연원은 일제 때 '네가 배운 스승이 맞네, 안 맞네.'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사고와 생각이 자유로울 때, 우리 다음 세대에게 그런 토대를 제공할 때,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더불어 여태까지 재미없고 지루했던 영화도 다른 측면으로 보면 한 부분이라도 마음에 드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다음에는 다시 처음에 제시한 문제로 얘기하겠습니다.
2005-07-03 18:14
2005-07-03ⓒ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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