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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오의 영화 이야기[1] The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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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275회 작성일 05-06-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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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오의 영화 이야기[1]
The Wall
서승오   
제가 오늘 이 영화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는 뒤에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뭔가 한 가지에 남보다 더 많이 알거나 보통 이상의 능력을 가지려면 그에 대해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마 88년이었을 겁니다. 친구 집에서 저는 한 편의 video와 마주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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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는 장면
2005-06-25ⓒhopenews

바로 Pink Floyd의 'The Wall' 이었습니다. 그 영화는 제가 이전까지 알던 영화와는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막말로 그 당시 제 지식이나 의식수준으로서는 엄청 어렵다면 어렵고 게다가 불법으로 복사한 것이다 보니 가뜩이나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대사에, 그나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자막도 없지, 영상과 함께 나오는 음악은 가사를 모르니 도저히 이해 안 되지 무슨 이런 영화가 다 있나 싶었죠. 지금이야 Internet 으로 검색하면 자료가 줄줄이 튀어나오지만 그 당시는 도움이 될 만한 변변한 인쇄매체 하나 없었고 검열이 심해 이 영화 자체가 아예 불법 영화였으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한 1년 후인가 음악과 영화에 대한 대대적인 개방이 있었는데 그 때 해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역시나 초기판은 주요 몇 장면이 삭제 된 채 Video 시장에 출시되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하고 오늘은 가장 인상에 남고 저와 관련된 부분이 있기에 그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어쨌든 장면은 계속 지나가고 드디어 문제의 장면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수업시간입니다.

수학 시간에 선생은(존칭은 생략합니다) 면적에 대한 내용을 가르칩니다. 1에이커는 몇 제곱미터니 하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앵무새처럼 외우게 하고 있죠. 주인공은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그걸 본 선생은 다가가 노트에 있는 내용을 읽습니다. 아주 냉소적이고 같잖다는 투로 말이죠. 주인공이 쓴 것은 바로 시였던 것입니다.

"여러분! 이게 바로 시랍니다."...... 아이들은 '와'하고 웃습니다. 선생은 결국 주인공을 수학시간에, 아니 감히 자기 수업시간에 시를 썼다는 이유로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서 만약 선생이 "얘야, 괜찮은 시구나! 하지만 지금은 수학시간이니 시는 나중에 국어 시간이나 집에서 쓰면 더 좋겠구나" 라고 했으면 어린 주인공의 정서는 또 다르게 변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자기가 가진 Mother Complex를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투사하고 억압과 강요된 수업으로 일관하는 교사일 뿐인 것입니다. 여기서 낮게 울리는 타악기 소리에 맞추어 학생들의 합창이 울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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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베이어 벨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이들
2005-06-25ⓒhopenews

"We don't need no education, We don't need no thought control....." 우리는 교육도 싫고 생각이 통제 당하는 것도 싫다.......그러면서 화면은 획일화 된 교육을 비판하는 장면들이 연이어 나옵니다. 쭉 늘어선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하나씩 떨어진 학생들이 기계를 통해 소시지로 변하는 장면은 압권이죠. 급기야 학생들은 폭력적으로 변해 학교를 불 지르는 데까지 이르게 되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은 오로지 주인공의 상상일 뿐입니다.

84년, 제가 고1때 이야기입니다. 어느 휴일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식후에 등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제 옆에는 2학년들이 있었고요. 잠시 후 학교에서 나름대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선생이 다가와 2학년들을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들은 공부와는 거리가 먼 소위 문제아로 분류된 선배들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아무 짓도 안 했지만 단지 그 무슨 짓을 할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분류되었기에 또 '이 녀석들이 휴일에 학교에 있다는 것은 이미 무슨 일을 저질렀거나 저지를 모의를 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셜록 홈즈와 박수무당을 능가하는 예리한 추리적 확신으로 다 털어놓으라고 막대기로 선배들의 얼굴이나 가슴 배 등을 쿡쿡 찔러 가며 실토를 종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불똥이 난데없이 저에게도 튀는 것입니다. 왜 같이 있느냐고... 전 참 황당했죠. 그래서 사정을 설명하고 그들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반론했지만 그게 먹혀 들어가는 사람 같으면 아예 그런 일도 안 생겼겠죠.

급기야는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지 이제는 말대꾸했다는 그 황당한 죄목으로 바뀌었습니다. 저의 반골기질이 어디 가겠습니까? 몇 대 맞고 보니 결국 제 입에서 큰 소리가 튀어나오고 말았던 것입니다. 죄도 없는 사람을 왜 때리느냐고...

결국 다음 날 전 아침부터 교무실에서 말 한마디 벙긋 못하고 꿇어앉아 손 들고 있는 신세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 누구 하나 어떻게 된 사정인지 물어 보는 사람 없었습니다. 그냥 한 마디씩하고 지나가거나 출석부로 머리를 툭툭 치며 경멸어린 눈초리를 보내고는 자기가 맡은 수업에 갈 뿐이었죠. 그 때 전 처음으로 누구를 죽여야겠다는 살의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하지만 일은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상담실에 불려 가보니 결국 블랙리스트에 제 이름이 올랐다는 것만 확인될 뿐이었습니다. 혹시나 제 억울함을 하소연 할 수 있다는 기대는 '팍' 하고 무너졌습니다. 자기 아쉬운 얘기는 한도 끝도 없다고 이 얘기는 그만 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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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는 정형화된 교사의 모습
2005-06-25ⓒhopenews

이 곡이 그 유명한 '벽 위의 또 다른 벽돌' - Another Brick In The Wall(part 2)입니다.

그 이후로 몇 번이나 다시 보고 어찌 어찌 자료도 구하고 얘기도 듣고 하여 이 영화에 대한 자료들을 구하게 되어 이해가 가능해졌습니다.
웃기는 일은 제 학창시절 때만해도 이 영화이야기를 하면 소위'운동권'의 친구들로 부터 이상한 시선을 받았다는 겁니다. 사실 그 당시만해도 Rock 음악에 대한 얘기조차 금기시 됐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rock은 저항이다 어쩌고저쩌고 하며 떠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정말 웃기는 일이었죠.......

제가 이 영화이야기를 쓰게 된 것은 최근 우리사회의 큰 이슈로 등장한 '교원평가제'의 논란이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을 다시 되살렸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의 '교원평가제'에 대한 개인적인 찬,반 의견이나 호, 불호의 감정을 떠나 한 교사의 인격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적격 교사는 공공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2005-06-25 11:03
2005-06-25ⓒ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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