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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상한 기념비를 누가 세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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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희망연대 댓글 0건 조회 1,423회 작성일 04-12-2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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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상한 기념비를 누가 세웠는가?
이게 무슨 얼빠진 짓이란 말인가?
희망연대   



 마산 수츨자유지역에서 창원 공단으로 들어가다 보면 왼편으로 산해원이란 엄청나게 큰 교회 간판이 보인다.
일요일이면 등산객들이 수 없이 오르내리는 팔용산의 봉암로 쪽 입구이기도 하다.

어제(2004. 12. 26) 희망연대 등산반이 이곳을 통해 팔용산으로 들어서다 입구에서 바로 이 기념비를 보고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높이 0.9m 넓이 1.5m인 이 기념비를 보는 순간 바로 우리민족의 수난과 질곡의 역사인 일제 강점 36년을 "부패쇠망하고 미개한 조선을 개화시키고 문명의 세계로 이끌어 낸 근대화의 시기였다"고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궤변을 늘어놓는 '일제식민지 근대화론'의 실체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이른바 일본의 지도자라는 자들이 잊을 만하면 들고 나오는 망언이 바로 "일제시대 우리가 한국에 은혜를 베풀었다"는 '시혜론'이며 그 핵심 단어가 바로 '근대"라는 말이다.
언제부터인지 일본 극우파들과 여러 가지 이해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일부 친일매국 학자들도 생겨나 얼마전 TV토론에서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가 정신대 할머니들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발언을해 큰 말썽을 빚기도 했다.
그의 학문적 경향이나 사고 구조에도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기념비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고스란히 되살린 것 같아 몸서리를 쳤다.

이 기념비가 세워진 곳에서 200여 m 정도 올라 가다보면 보면 일제 강점기에 왜인들이 만든 수원지의 수문이 마치 높다란 성문처럼 등산객들을 압도하는 자세로 가로막고 서있다.
물론 등산로는 그 옆으로 나 있지만 수문 위로 올라서면 어느 시골의 작은 저수지 만한 면적에 야트막하지만 보기 좋을 정도로 푸른 물이 고여있다.

이곳은 어린 시절에 마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누구라도 한두 번쯤은 소풍을 와본 곳으로 경관이 빼어난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원지로서의 용도는 1984년에 수명을 다했다.
그러나 마산에서 오래 산 사람 치고 그냥 '봉암수원지'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 것을 일제시대 왜인들이 만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세월도 적잖이 흘러 이제는 마산의 인구도 외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많고 토박이들이라 해도 젊은 세대들은 이 수원지가 일제시대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수원지가 독립된 국가에서 사는 우리 후손들이 기억하지 않으면 안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기념물은 아니다. 그것이 오욕의 역사이건, 영광의 역사이건 우리 후대들이 기억하고 되새기며, 대대로 온전히 보존하고 기억하게 할 만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기념물이나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누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해도 일제가 만들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제는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제 맘대로 훼손, 개조하고 이용했을 따름이다. 어디 그뿐이랴, 그 당시 모든 공사가 인간의 힘으로만 이루어 지던 시대 식민지 백성들이 착취당한 노동과 고통은 어떠했을지 뻔한일이다.
덕분에 일제의 2등 국민이 된 식민지 조선인들 중 제법 반반한 집을 가진 일부만이 수도꼭지를 빠는 행운을 얻었으리라(해방이후까지도 많은 시민들은 우물을 이용했다) 이것이 바로 일본 극우파들이 주장하는 식민지 "시혜론" 이다.

이 기념비는 "너희들에게 은혜를 베푼 이 분(혼다 쓰치코로우)을 기억하라"고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예전에 이런 기념비가 없었다. 더더욱 일본 사람 누가 세웠다는 팻말 같은 것을 본 기억은 없다.
아니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도대체 해방 60년이나 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무려 76년전, 마산시의 먼지 쌓인 창고에서 그 이름'혼다 쓰치코로우' 을 찾아내어 기념비까지 세운 것이라면 이것은 도대체 누가 한 짓일까?
빗돌의 앞뒤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 비를 세운 주인이 없다.
생각 끝에 아무래도 이 일본인의 후손들이 찾아와 자기 할애비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아침(27일) 마산시청에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마산시에서 세운 것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얼빠진 짓이란 말인가?

아마 추정컨대 이 비를 세우는데 적어도 총비용이 2~300만원은 족히 들었음직하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친일잔재 복원에 돈을 쓰는 걸 보니 걸핏하면 예산부족 타령을하던 마산시는 그 동안 엄살을 떨었던 모양이다.

지금 마산 중앙부두에 서 있는 김주열 열사의 시신인양 표지판을 보라 .
이 표지판 하나 세우는데 2~3년의 시간이 걸렸다. 시에서 허가를 내 주지도 않았을 뿐만아니라(나중에 반 억지로 시에서 허락을 받아 냄)한 작은 시민단체인 희망연대의 재정형편이 어려워 겨우 50만원짜리 입간판을 세운 것이다.

또 하나, 4년전 마산 자산동 경남데파트 앞 보도에 60년 3.15일 밤 김주열이 눈에 최루탄을 맞고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 그 자리에 아주 작은 표지석 하나 세우겠다고 마산시에 신청했다가 거절 당한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아직도 얼빠진 공무원들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친일잔재 청산은 아득하기만하다.

2004-12-27 12:19
2004-12-27ⓒ희망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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